미 털사 인종학살사건 100년만에 집단소송…105세 할머니도 참여
생존자·희생자 후손 등 지역당국 상대로 소송…"당시 사건으로 인종 불평등 지속"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1921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일어난 인종학살 사건 피해자들이 사건이 일어난지 거의 100년만에 집단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피해자 가운데는 105세 할머니도 포함돼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송단 대표로 이름을 올린 레시 베닝필드 랜들(105)은 미 역사상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손꼽히는 털사 인종학살 사건을 겪은 몇 안되는 생존자 중 한명이다.
랜들과 당시 학살된 흑인들의 후손 등은 이날 털사시와 털사 카운티, 당시 털사 카운티의 보안관, 오클라호마주 방위군, 털사 지역 의회 등을 상대로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921년 5월 31일~6월 1일 백인 폭도들은 지역 당국과 경찰의 지원을 받아 상대적으로 부유한 흑인 집단 거주지였던 털사의 그린우드 지역을 급습해 총격과 약탈, 방화를 벌였으며 이로 인해 수백명이 살해되고 인근 구역 수십곳이 불에 타 사라졌다.
고소인들은 이 사건으로 오늘날까지 인종 불평등이 지속되고 그린우드 일대에는 당시의 그림자가 계속 드리워져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소장에서 "피고인들은 털사의 흑인 시민들과 학살사건 후손들을 희생시켜 부당한 부를 누렸다"고 주장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털사에 사는 흑인 중 34%가 빈곤 상태이며 이는 백인의 빈곤층 비율(13%)보다 높다.
변호인단은 1921년의 털사 학살사건의 여파가 이런 경제적 격차를 가져왔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 중 한명인 다마리오 솔로몬-시먼스 변호사는 "그린우드 지역의 대학살로 흑인들은 안도감을 느낄 수 없었으며 힘들게 얻은 경제적 권력과 활기찬 지역사회를 모두 빼앗겼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결과 "뚜렷한 기대 수명, 건강, 실업률, 교육수준, 재정적 안정성 등 여러 삶의 지표 수준에서 인종적 불평등이 나타났다"며 "피고인들은 한 세기에 걸쳐 천천히 학살을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1년 이 사건을 조사한 오클라호마 주위원회는 백인 시민들과 시 당국이 공모한 사실이 있으며 생존자와 후손들에게 직접적인 보상을 하도록 권고를 내렸으나 그동안 이 학살사건으로 책임을 진 사람은 한명도 없으며 어떠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편 털사 인종학살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됐던 선거 유세를 재개하는 지역으로 털사를 선택하면서 재조명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일로 정한 6월 19일은 남북전쟁 종전 후 텍사스에서 마지막으로 노예가 해방된 '노예해방 기념일(Juneteenth Day)'이어서 논란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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