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서 뛰기도 겁나는 남아공…마라토너 강도 피습 중상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세계에서 강력범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나라 중 하나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바깥에서 조깅하거나 자전거 타는 것도 자칫 강도의 공격을 받을까 봐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가 많이 안 좋아지면서 러너들과 사이클리스트들이 공격받는 일이 훨씬 잦아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데일리뉴스 등에 따르면 1991년 당시 컴리즈 울트라마라톤 우승자인 닉 베스터가 지난달 30일 집 근처 마갈리스버그 산에서 러닝을 하다가 강도의 공격을 받아 갈빗대 3개와 얼굴 광대뼈 골절, 전신에 긁힌 상처 등 중상을 입었다.
그의 아들인 숀은 가족이 모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닉 베스터는 뒤에서 몰래 접근한 강도 3명의 공격을 받아 갖고 있던 휴대전화와 호신용 권총까지 뺏겼다.
강도들은 그뿐 아니라 옷을 벗겨 그를 묶어서 산에 버려둔 채 떠났다.
그는 간신히 등으로 미끄러져 산을 내려와 남의 집 울타리에 가 닿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그는 집중치료실에 있다가 지금은 프리토리아 한 병원의 고도치료실에 있다.
문제는 러너들 피습이 점점 일상화되는 가운데 운동하는 사람들이 운명이라고 체념한 채 어쩔 수 없는 주변 환경에서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점이다.
새비지스 애슬레틱 클럽의 롭 허니셋 회장은 마라토너 닉 베스터의 피습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자신들도 러너들이 공격받았다는 정보를 자주 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라면서 자구책으로 자신은 테이저건을 갖고 다니고, 5년 전 공격받은 적이 있는 자신의 딸도 후추 스프레이를 갖고 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뛴 곳마다 안전하지 않았다면서 경찰이 러너들의 뛰는 코스에 좀 더 많이 도보 순찰을 해주기를 희망했다.
스텔라 애슬레틱 클럽의 팻 프리먼도 클럽 멤버들의 피습 사례들이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모임 규제 때문에 신변 보호 차원에서 단체 러닝을 할 수도 없는 딱한 처지라고 말했다.
강도를 당한 베스터의 아들인 숀은 "러너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후추 스프레이 같은 호신용 무기를 갖고 다니고 아직 주변이 어두운 이른 아침에 뛰지 않는 것"이라면서 "정말 바깥 사정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반(反)범죄 활동가 유수프 아브람지는 프리토리아뉴스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록다운(봉쇄령) 이후 강도들의 공격이 더 흉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범죄자들은 사이클리스트와 러너들이 운동에 집중하느라 주변에 신경을 잘 못 쓰는 점을 노려 매복 공격 등의 손쉬운 먹잇감으로 삼고 있고, 요즘은 사이클리스트로 가장해 공격하기도 하는 등 범죄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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