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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톡] "K클래식 세대, 자기표현의 연주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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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톡] "K클래식 세대, 자기표현의 연주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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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톡] "K클래식 세대, 자기표현의 연주로 진화"
벨기에 다큐멘터리 감독, 한국의 젊은 클래식 음악가 다룬 두 번째 영화 공개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한국 연주자들이 이제는 더이상 기술적으로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자기 표현을 할 줄 아는 진정한 연주를 하는 것으로 진화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벨기에 공영방송 RTBF의 클래식 음악 전문 프로듀서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티에리 로로(62)씨.
최근 브뤼셀 시내에 있는 주벨기에유럽연합 한국문화원(원장 김재환)에서 만난 로로 감독은 이달 공개하는 그의 두 번째 한국 클래식 다큐 영화 'K클래식 세대'(K-Classics Generation)를 통해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에서 한국 연주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고 싶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브뤼셀은 매년 세계 3대 음악 콩쿠르 가운데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가 개최되는 도시다. 로로 감독은 프로듀서로서 1996년부터 매년 이 콩쿠르 중계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지난 수년에 걸쳐 퀸 엘리자베스를 비롯해 권위 있는 여러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들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을 가졌다.
2014년 황수미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우승한 데 이어 2015년에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임지영이,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조성진이 한국인으로 처음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같은 해 문지영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2년 한국 클래식 음악과 음악가들을 다룬 로로 감독의 첫 다큐 영화 '한국 음악의 비밀'(Le Mystere Musical Coreen)이 '국제 클래식 음악 콩쿠르에 진출하는 한국인이 왜 이렇게 많은가'에 대한 조사였다면, 이번 두 번째 영화는 '어떻게 해서 한국인들이 이처럼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에 대한 탐구다.
로로 감독은 그 답을 찾기 위해 임지영, 황수미, 문지영, 피아니스트 김윤지, 바이올리니스트 배원희·하유나, 비올리스트 김지원, 첼리스트 허예은 등 여성 연주자들로 구성된 '에스메 콰르텟' 등 8명의 젊은 한국 음악가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았다.
그는 이들을 'K클래식 세대'라고 불리는 한국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세대라고 표현했다
"이제 한국 연주자들은 기술적으로 좋을 뿐 아니라 자신들만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이것이 그들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있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단지 음표, 기호대로 똑같이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감정과 개성, 독창성을 보여주면서 연주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리고 한국 연주자들이 거둔 성공의 핵심적 요소로 음악에 대한 열정과 연주에 대한 헌신, 부모들의 희생 등을 꼽았다.

더불어 과거 미국이나 유럽에서 클래식을 배운 이전 세대의 연주자들이 한국에 돌아와 제자들에게 모든 노하우를 전수하고, 독창성과 상상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교육하기 시작하면서 좋은 연주자를 양성해냈다고 분석했다.
"놀라웠던 것은 어릴 때부터 재능있는 연주자들을 길러내기 위해 온 가족 모두가 노력한다는 것이었어요. 유럽의 젊은이들이 일반적으로 개인의 삶을 자신이 해결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에 비해 한국은 가족 모두가 매달려서 함께 하는 것으로 보였어요. 모두가 고통 분담을 하고, 대신 젊은 연주자가 좋은 결과를 얻어냈을 때는 온 가족의 성공, 기쁨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이번 영화를 관통하는 한 단어는 '희생'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는 그러나 이러한 '희생'은 그의 관점에서 희생이지 연주자와 그 가족은 이를 전혀 희생이라고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고 했다.
"부모님은 자기들의 노력을 기꺼워하고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에스멧 콰르텟'의 한 연주자는 '어릴 때 엄마가 자신에게 하루 9시간씩 연주하도록 하신 것에 감사한다'고 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고, 음악을 평생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죠."
로로 감독은 이 젊은 연주자들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놀라운 열정을 보여줬고, 그들의 선택을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8명의 연주자 모두 연습에 있어 굉장히 근면했어요. 현재 유럽에서 하루 8∼9시간씩 매일 연습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입니다. 이들에게서 클래식 음악에 빠져서 인생을 살았기 때문에 놓쳐야만 했던 많은 것들에 대한 후회나 슬픔 같은 것은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지금도 꾸준히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속에서 행복해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어요."

로로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콩쿠르 입상 이후 국제 클래식 음악 시장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 나아가기 위한 연주자들의 노력도 다뤘다. 상당수 연주자가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 머무르면서 음악가로서 살아가기 위한 또 다른 여정을 계속해나간다.
이는 연주자들에게는 문화 차이와 낯선 땅에서의 외로움, 가족과 친구의 부재, 새로운 언어 습득 등 또 다른 차원의 도전이다.
"훌륭한 연주자라고 해서 모두가 유럽에서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훌륭한 음악가들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한국 클래식 음악가들의 성공은 당분간 지속하고, 한국 클래식 음악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5개월에 걸쳐 한국과 독일 등을 오가며 찍은 이번 영화는 이달 브뤼셀에서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다. 이어 10월 RTBF 예술 채널과 유럽의 대표적 문화채널인 아르테TV를 통해 방송된다.
이 밖에 프랑스 비아리츠 영화제, 캐나다 몬트리올 영화제 등 다수의 국제 영화제에도 내놓을 예정이다.
k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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