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 전대]음악·경적·구호…'피날레 이벤트' 백악관 밖에선 '소음시위'(종합)
각지서 몰려든 시위대 집결…WP "분열의 리더 트럼프에 대한 시끌벅적한 응수"
위스콘신 사태 여파 속 담 사이로 축제-시위 '다른 세상'…미국 분열상 노출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더 큰 소리로 수락연설을 뒤덮어라'
27일(현지시간) 4일간의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피날레를 장식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후보직 재지명 수락연설이 열린 '축제의 장소' 백악관 바로 한 블록 밖에서는 '반(反)트럼프'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거리로 나선 인사들은 수락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구호와 음악 연주 등으로 시끌벅적한 소음을 연출하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항의 메시지를 발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의 마지막 밤에 연설하는 동안 수백명의 시위자가 백악관 근처에서 구호를 외쳤고 행진을 했으며 음악을 연주했다"며 "이는 나라를 분열시키고 인종차별주의 정책을 펴며 관행을 지키지 않는 리더에 대한 시끌벅적한 응수였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거리에서부터 16가를 따라 백악관과 면한 라파예트 광장을 에워싼 철조망에 이르기까지 음악이 쾅쾅 울려나왔고, 젊은 흑인 시위자들은 도로 바닥을 꽉 채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문구 위에서 힙합 춤을 췄다.
드럼 퍼포먼스도 진행됐고, 프라이팬을 백악관 철조망에 부딪혀 소음을 내는 이도 있었다. 백악관의 바로 동쪽에서는 약 100명의 사람이 확성기와 전기 사이렌, 경적, 트럼펫과 소방울 등으로 소리를 내며 '불협화음'을 더했다고 WP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수락연설'을 강행한 것을 두고 국정운영 장소를 재선 이벤트의 무대로 활용했다는 비판론에 직면한 가운데 백악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며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의 분열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시위는 오후 6시께 수십명의 사람이 모인 주변으로 법 집행관들이 드문드문 배치된 가운데 조용히 시작했다고 WP는 전했다.
오후 7시30분 무렵 다음날 워싱턴DC에서 예정된 '금요일 행진' 참석을 위해 '원정'온 이들을 포함, 시위자 규모는 수백명으로 불어났다.
오후 8시가 조금 넘어 '파시즘 거부'라는 이름의 단체는 약 150명의 시위자를 이끌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플라자에서 트럼프 호텔까지 행진했다고 WP가 전했다.
이들은 드럼 소리에 맞춰 구호를 계속 외쳤다. 이들이 K스트리트를 따라 도로를 가르고 행진하자 자동차들은 단체로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오후 9시가 다가오면서 시위자들과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됐고, 경찰이 양쪽을 떨어트리기 위해 개입했다고 WP가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WP에 따르면 시위자들에 둘러싸인 한 백인남성이 다른 사람들과 넘어지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 남성은 턱에 피가 흐르고 오른쪽 귀에 깊은 상처가 있는 상태였다고 WP가 전했다.
WP는 그러나 잠시를 빼고는 시위는 대체로 평화로웠다고 전했다.
WP는 이 소음이 상징적인 '야단법석'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인종적 불평등, 유색 인종사회에 대한 경찰의 공격에 대한 좌절감의 분출이었다며 사우스론에 있던 취재기자들도 시위자들의 경적과 구호, 음악소리, 사이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소리는 TV 생중계 화면에서도 간간이 새어나왔다.
디트로이트에서 온 33세의 백인 남성 윌 애덤스는 WP에 "시끄럽게 목소리를 내서 그(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가 안 들리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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