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금호아시아나…매각 난항에 공정위 '철퇴'까지
'계열사 부당지원' 과징금 320억원·박삼구 고발에 그룹 '당혹'
아시아나 매각 작업에 추가 악재될까 '전전긍긍'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아시아나항공[020560] 매각 작업에 난항을 겪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7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 내부 거래 혐의로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은 공정위의 결정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결정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추가 악재로 작용할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공정위는 27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룹 재건 과정에서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업권을 매개로 계열사 인수자금 확보에 곤란을 겪던 금호고속을 부당 지원했다고 보고 금호산업[002990] 152억원, 금호고속 85억원, 아시아나항공 82억원 등 총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박삼구 전 회장과 당시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2명,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그룹 전체의 동반 부실화 우려가 있는데도 총수 일가의 숙원인 그룹 재건과 경영권 회복을 목적으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높고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을 통해 계열사 가용자원을 이용, 무리하게 지배력을 확장했다며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공정위의 발표 직후 입장을 내고 "공정위 전원회의 과정에서 자금 대차 거래와 기내식·BW 거래 등이 정상 거래임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공정위가 이 같은 결정을 해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 12월 게이트고메스위스(GGS)와 4대 6의 비율로 설립한 합작투자법인 게이트고매코리아(GGK)와 기내식 공급 계약을 맺었고, 2017년 3∼4월 같은 게이트그룹 내 게이트그룹파이낸셜서비스는 금호고속 BW를 무이자로 인수했다.
공정위가 이 같은 '일괄 거래'를 문제 삼은 것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게이트그룹을 인수한 하이난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정상적인 거래"라고 반박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입장문을 통해 "기내식 업체 변경은 품질 개선과 비용 절감, 합작법인 지분 확대 등을 위한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었고 이를 통해 공급가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합작 투자 법인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수 있었다"며 "이를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이 같은 처분이 내려진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일괄 거래가 지연되며 금호고속의 자금 사정이 급박해지자 금호산업 등 9개 계열사가 금호고속에 저리로 자금을 대여한 정황도 포착했다. 비계열 협력업체를 이용한 우회적 방식의 자금 대여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서도 그룹 측은 "각 자금 대차 거래는 적정 금리 수준으로 이뤄졌으며 짧은 기간 일시적인 자금 차입 후 상환된 것으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동일인 또는 그룹 차원의 지시, 관여에 따른 행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은 향후 공정위에서 정식 의결서를 송달받은 뒤 내용을 상세히 검토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공정위가 예상보다 센 '철퇴'를 내림에 따라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미 '계열사 부당 지원' 이슈가 예고된 상태인 만큼 인수 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294870] 측에도 진행 상황 등에 대한 보고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현산 측에 인수 포기를 위한 추가 빌미를 줄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현재 매각 작업의 공은 다시 현산으로 넘어간 상태다.
전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마지막 담판을 벌인 자리에서 현산의 인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구채 문제와 인수 가격 등에 대한 재협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현산의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현산이 채권단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로 넘어가고, 정부는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 문제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구주 매각 대금으로 그룹 재건에 나서려던 금호산업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일단 금호산업은 매각 무산에 대비해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자금 운용 계획 수정, 필요 자금 조달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5월 기준 자산총액 17조6천억원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다.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금호고속, 아시아나IDT[267850], 에어부산[298690], 에어서울, 금호리조트 등 27개 계열사가 소속돼 있으며,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에어부산 등 6개 회사의 '통매각'을 진행 중이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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