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언론 전면전 조짐… 막말·악담 쏟아내 갈등 자초
불편한 질문엔 기자 공격하고 회견 중단…11월 지방선거 앞두고 언론공세 거세질듯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언론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 집권 이래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온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입에 담기 힘든 막말과 악담을 쏟아내면서 전면전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는 25일(현지시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그동안 언론에 대해 보인 공격적 행태를 일일이 언급하면서 "불편한 질문을 받으면 언론인을 공격하고 기자회견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일상"이라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또 '대통령은 답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가족을 둘러싼 비리 의혹에 관해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23일 브라질리아 대성당을 찾은 자리에서 껄끄러운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주먹으로 당신 입을 갈기고 싶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장남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의 전직 보좌관 파브라시우 케이로즈가 자신의 부인 미셸리 여사 계좌에 수상한 돈을 입금했다는 의혹에 대해 기자가 질문하자 이같이 말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보우소나루 대통령 일가와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진 케이로즈는 장남 플라비우가 리우데자네이루 주의원이던 시절 보좌관들에게 지급한 월급의 일부를 돌려받는 '월급 쪼개기'를 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공격을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날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승리하는 브라질' 행사에서는 언론인들이 코로나19에 걸리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작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3월 말 국영 TV를 통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부정하는 연설을 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자신은 과거 군 복무 시절 운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적지만, 언론인들은 코로나19에서 자신보다 생존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일간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언론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면서 긴장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 컨설팅 회사 자료를 인용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막말과 악담이 소셜미디어(SNS)에서 엄청나게 비난받고 있다는 내용도 전했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난했다.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은 "기자를 위협한 것은 적절치 못한 반응이었으며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평소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행보에 거부감을 표시해온 세우수 지 멜루 선임 대법관은 "언론의 자유를 명백하게 저해하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언론의 갈등은 1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 가열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번 선거가 보우소나루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앞으로 언론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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