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 격화에도 무역합의는 건재…양측 '지켜가자' 약속(종합)
협상대표 전화통화…"건설적, 진전 봤다" 성명
동상이몽…트럼프 농심 구애·시진핑 경기회복
(베이징·서울=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장재은 기자 =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을 중단하기로 한 무역합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약속했다.
사사건건 대립하는 양국이 갈등의 전방위 악화 속에도 유일하게 뜻을 함께하는 부문인 터라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5일 오전 전화통화를 했다.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의 대표인 이들은 올해 1월 체결한 1단계 무역합의의 이행 실태와 향후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USTR은 "중국이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금융서비스, 농업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에 대한 장벽을 없애며 기술이전 강제를 없애기 위해 취한 조치를 양자가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이 이번 논의에서 진전을 봤으며 무역합의를 지켜내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해가기로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도 성명을 통해 "양국이 거시경제 정책 협조를 강화하고 1단계 경제·무역 합의를 이행하는 데 대한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상무부는 양측 대표들이 1단계 무역합의 이행을 지속하기 위한 조건과 분위기 조성에 합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앞서 양국은 1단계 무역 합의 이행 상황 점검을 위한 고위급 회의 일정을 지난 15일 열 것으로 관측됐으나 개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1단계 무역합의가 깨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이날 대화로 우려는 잦아들었다.
미국과 중국은 재작년부터 상대국 수출 상품에 고율관세를 치고받는 무역전쟁을 벌이다가 올해 1월 휴전에 들어갔다.
중국이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금융시장을 일부 개방하고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늘리는 대가로 미국이 추가 고율관세를 물리지 않기로 한 게 합의 골자다.
이 같은 1단계 합의는 관세전쟁의 악영향을 덜기 위한 봉합으로, 애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의 명분으로 선언한 중국 산업통상정책 개조안은 2, 3단계 무역합의 의제로 밀렸다.
그러나 이날 양국 고위급 협상단이 무역합의의 존속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은 미중갈등의 수위를 고려할 때 좋은 소식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중국 상무부 관리를 지낸 허웨이원은 NYT 인터뷰에서 "대화가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가 긍정적"이라며 "최근 현재 긴장 속에서도 통상은 계속 추진되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홍콩의 자치권, 대만의 독립국 지위를 둘러싼 논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국 신장의 인권 문제, 틱톡과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술기업들의 안보위협설 등을 두고 전방위 갈등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중관계에서 무역합의를 유일하게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부문으로 보고 있다.
세계경제 1, 2위국인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한창임에도 무역합의가 존속되는 배경에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과 중국의 경기부진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웬디 커틀러 전 USTR 부대표는 미국과 중국이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으로서는 추가 고율관세의 위험이 없이 코로나19 탓에 가라앉은 경기를 떠받치는 데 집중할 수 있고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으로 농산물을 수출해 전통적 지지층인 백인 농민들의 표심을 굳힐 수 있다는 것이다.
커틀러 부대표는 "무역합의에 부정적인 이들이 양국에서 점점 득세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 지금은 양측이 무역합의가 작동하는 데 따른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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