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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야권 후보, EU 지도자들에 "대선 결과 인정말라" 호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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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야권 후보, EU 지도자들에 "대선 결과 인정말라" 호소(종합)
티하놉스카야, EU 정상회의 전 촉구…정권이양 조정위원회 활동 개시
야권인사 "티하놉스카야 임시대통령 돼야"…1만명 10일째 항의 시위
루카셴코 "정권 흔들리지 않아"…크렘린 "서방 개입 시도 용납 안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소국 벨라루스에서 장기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선 압승에 불복하는 시민들의 저항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선의 야권 후보가 유럽 지도자들에게 벨라루스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루카셴코는 야권이 서방의 자금 지원을 받아 불법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에 도전했던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19일(현지시간)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대선 결과가 조작된 것"이라면서 유럽국가들이 벨라루스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티하놉스카야 후보의 호소는 벨라루스 사태 논의를 위해 이날 개최될 예정인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발표됐다.


티하놉스카야는 "지난 9일 대선은 정직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았으며 공식 개표 결과 대선에서 승리한 루카셴코는 우리 국민과 세계의 눈에서 모든 합법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벨라루스의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촉진하기 위해 국가조정위원회 창설을 주창했다"면서 "위원회는 대화를 통해 평화로운 정권교체 과정을 주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원회가 국제참관단의 감시하에 정직하고 민주적인 대선을 다시 실시할 것을 곧 제안할 것"이라고 전했다.
티하놉스카야는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 당국에 체포된 벨라루스의 유명 반체제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의 부인으로 남편을 대신해 출마했었다.
대선 후 리투아니아로 출국해 빌뉴스에 체류하고 있는 티하놉스카야는 앞서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논의하기 위한 조정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그가 제안한 조정위원회는 전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공개활동에 들어갔다. 각계 대표 70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위원회는 이날 비공개회의를 열고 향후 활동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대선에 출마하려다 역시 후보 등록이 거부됐던 다른 야권 인사 발레리 체프칼로는 이날 "5~6개월 뒤 새로운 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이번 대선에서 명백히 승리한 티하놉스카야가 임시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전날 야권의 조정위원회 구성을 정권 찬탈 시도라고 비난하면서 적절한 대응을 경고했다.

그는 이날 주재한 국가안보회의에서 야권의 조정위원회를 '검은 백인단'으로 칭하며 "권력 찬탈을 목적으로 한 대안적이고 이중적인 기관 창설은 법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은 백인단은 1900년대 초 러시아에서 제정 수호와 러시아 민족주의를 외치며 혁명 운동을 탄압하고 유대인과 타민족을 배격하던 극우주의 테러 단체를 일컫는다.
그는 또 서방이 야권 저항 시위에 자금을 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 정권은 상당수 국민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누군가가 정부가 무릎을 꿇고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면 실수하는 것이다. 정부는 기댈 데가 있다"고 시위대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선 전날에도 부정 선거 결과에 항의하면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야권 시위가 10일째 계속됐다.
현지 포털 툿바이(TUT.BY)에 따르면 1만명 이상이 정부 청사가 있는 시내 독립광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몇시간 동안 집회를 연 뒤 해산하면서 "매일 (모이자)", '끝까지 (싸우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벨라루스의 대선 불복 시위는 지난 9일 선거에서 1994년부터 철권통치로 장기집권을 지속해오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압도적 득표율로 6기 집권에 성공했다는 개표 결과가 알려진 뒤부터 날마다 계속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는 여러 대형 기업들에서도 근로자들이 부정 선거에 항의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19일에는 파업 중인 '민스크트랙터공장' 일부 근로자들이 공장 입구에서 집회를 열자 경찰이 개입해 해산시키고 집회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공장 직원 2명을 연행했다.
러시아 인사들은 이날 벨라루스 사태에 대한 논평을 쏟아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루카셴코는 너무 늦게 노동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면서, 시위 사태에 외국(서방)의 영향이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벨라루스 사태에 외부 영향과 개입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직접적 개입 시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그러한 개입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자국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서방이 벨라루스가 처한 어려움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질서를 벨라루스인들에게 강요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벨라루스 대선 공식 개표 결과에 서명하지 않았던 선관위원 1명이 전날 숨진 채 발견됐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29세의 이 선관위원은 지난 15일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직서를 냈다면서 집으로 가겠다고 연락한 뒤 행방불명됐다.
벨라루스 보건부는 또 이날 앞서 시위 과정에서 부상한 1명이 추가로 숨졌다고 확인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주말 서남부 도시 브레스트에 거주하는 43세 남성이 시위에 참여했다가 머리에 총상을 맞고 입원했으나 전날부터 상태가 악화해 이날 사망했다.
이로써 이번 대선과 저항 시위와 관련해 숨진 사람은 모두 5명으로 늘어났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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