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로 에너지 공기업 희비…한전 웃고, 가스·석유공사 울고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에너지 공기업들의 희비도 엇갈린다.
한국전력[015760]은 연료비 구매비 등을 절감해 올해 상반기에 깜짝 흑자를 냈지만, 한국가스공사[036460]는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6일 각 회사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분기에 9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가스공사 실적은 계절적 요인으로 통상 여름철에 부진한 편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19와 저유가가 실적을 더 끌어내렸다. 작년 2분기의 2천47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은 8천623억원으로, 19.7% 감소했다.
가스 수요가 부진한 탓이다. 상반기 도시가스용 판매물량은 988만9천t, 발전용은 668만6천t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7.4%와 8.0% 감소했다. 단가 하락으로 매출액은 각각 2.5%와 22.0% 감소했다.
가스공사는 "경기침체와 다중이용 시설 운영 중단, 작년보다 평균 기온이 상승해 난방 수요가 감소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발전용은 민자 발전사들의 가스 해외 직수입이 22.2% 늘어나면서 타격을 입었다.
해외사업 손실도 컸다. 가스공사가 지분 참여한 호주 프렐류드 사업에선 상반기 537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이라크 바드라 사업도 생산량 감소 여파로 16억원의 적자를 냈다.
석유공사 역시 유가 하락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외에서 원유를 생산해 파는 업무 성격상 국제유가는 실적과 직결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작년보다 반 토막 난 만큼, 실적도 그만큼 악화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실적은 이달 말이나 9월 초에 공개된다"고 말했다.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은 작년 상반기 60∼70달러대를 오갔으나 올해는 1∼2월을 제외하면 20∼40달러대를 기록했다. 석유공사는 계속된 적자로 올 연말에는 자본금마저 바닥나는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작년 말 기준 석유공사 부채는 18조1천309억원, 부채비율은 3천415%에 이른다. 부채비율은 2015년 453%에서 5년 만에 7배 이상 치솟았다.
석유공사의 자본총계는 2015년 말 8조2천437억원이었으나, 작년 말 5천30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4조8천억원이 투입된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인수 등 해외자원개발이 부실로 이어져서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공사가 현재 투자 유치를 벌이고 있지만, 안될 경우 자본잠식에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한시름을 놓았다. 연료비와 전력구매비를 아끼면서 올해 1,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연결기준 상반기 영업이익 규모는 8천204억원이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한전은 작년 상반기에 2조1천516억원 적자였지만, 올해는 357억 적자를 기록했다.
주력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실적은 주춤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6천263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21.7% 줄었다.
매출은 4조8천290억원으로 4.7% 늘었다. 한수원은 생산된 전력 전량을 전력거래소를 통해 한국전력에 판매하는데, 올해 전력판매 수익은 전체 매출의 대부분인 4조6천388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 대비 2.9% 늘어난 수치다.
한수원이 생산한 전력의 97%는 원자력발전이다. 올해 상반기 원전 이용률은 77.6%로 1.7%포인트 하락했다.
한수원 측은 "원전 이용률이 소폭 하락했으나 신고리 4호기 상업 운전으로 작년 동기 대비 전력판매량이 증가해 매출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고리 4호기 준공 등에 따른 수선비 및 감가상각비 등 영업비용이 늘면서 당기순이익은 작년보다 1천425억원 감소한 3천492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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