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전대 D-1] 77세 바이든 약점 덮는 55세 해리스…선거전 활력
미 역사상 첫 흑인여성 부통령후보…등판 이틀만에 후원금만 570억원
전당대회 목전 등장 트럼프 저격하며 비교적 조용하던 캠프에 모멘텀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일하러 갈 준비 됐나요?" "맙소사, 완전히 준비됐어요" "그럼 대답은 '예스'인가요?" "당연히 '예스'죠. 일하러 갈 준비 됐어요!"
지난 1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부통령 후보 낙점 소식을 이렇게 알렸다. 해리스 의원이 '예스'라고 답할 때 바이든 전 부통령 얼굴에 함박웃음이 번졌고 이날 바로 지명이 발표됐다.
일하러 갈 준비가 됐다는 해리스 의원의 말은 맞았다. 해리스 의원은 공식 발표로 등판하자마자 48시간 만에 후원금 4천800만 달러(570억원)을 끌어모으는 저력을 보여줬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여성 부통령 후보 낙점이라는 화제성에 77세인 고령의 바이든 전 부통령을 보완할 55세 해리스의 등장은 17일부터 나흘간의 전당대회를 목전에 둔 민주당에 순식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사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강타당한 뒤 존재감 확보에 애를 먹었다.
전 국민의 관심이 코로나19 대응에 쏠리면서 대선에 대한 관심 자체가 실종된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직의 이점을 살려 매일같이 TV에 등장하며 좋든 나쁘든 유권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은 좀처럼 대중의 이목을 끌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확진·사망자의 속출로 트럼프 대통령의 부실 대처가 문제가 되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됐고 대선후보 확정이라는 대선 레이스 최대 이벤트 직전에 해리스 의원의 낙점을 공개하면서 시선을 한꺼번에 끌어모았다.
해리스 의원도 등판하자마자 주어진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리스 의원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크게 보아 두 가지다.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아 바이든 캠프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과 검사 출신의 이력을 살려 트럼프 대통령을 가차 없이 저격하는 것이다.
이틀간 모인 후원금 액수만 봐도 '해리스 효과'가 분명히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정책에 집중하고 해리스 의원이 트럼프 저격에 초점을 맞추는 역할 분담 전략도 시너지를 내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달 초로 제시했던 부통령 후보 발표 시기를 미루면서 고심을 거듭했다. 결국 전당대회를 엿새 앞두고 택한 '해리스 카드'가 전당대회까지 여론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기폭제 역할을 한 셈이다.
해리스 의원은 나이와 인종, 성별 등 모든 면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보완한다는 게 강점이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지지자 31%가 바이든 전 부통령을 두고 가장 걱정하는 점이 나이와 건강이라고 답했다. 50대인 해리스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택함으로써 유고라는 최악의 상황에도 문제없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최초의 흑인여성 부통령 후보를 발탁하면서 소수 집단에 한층 다가갈 기반도 마련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애초 흑인사회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해리스 의원의 발탁으로 흑인사회의 지지를 결집할 뿐 아니라 다른 소수집단에도 긍정적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셋째 날인 19일 해리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하고 수락연설을 듣는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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