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록시클로로퀸 미련 못버리는 브라질 대통령…"내가 증거"
보건장관 대행 "코로나19 회복 세계적 수준"…사망자 수는 언급 안 해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말라리아약 클로로퀸의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13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북부 파라주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사용해야 한다는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먹고 회복됐다며 "내가 생생한 증거"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 명 이상 나온 사실을 언급하면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으로 치료했다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며 세계보건기구(WHO)와 브라질 의료계도 부작용을 경고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관저에 격리 중인 상태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했으며 주변에도 권장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이뤄진 네 번째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27일부터 업무에 복귀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사회적 격리가 실업자를 양산하고, 이에 따른 우울증이 더 많은 사망자를 낼 것이라는 말도 했다.
브라질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한 이후 주지사와 시장들이 격리 조치를 강화하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격리 때문에 경제활동이 마비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한편, 에두아르두 파주엘루 보건부 장관 대행은 이날 세계보건기구(WHO)에 브라질의 코로나19 현황과 대응을 설명하면서 사망자 수는 언급하지 않은 채 누적 확진자와 회복된 사람 수만 강조했다.
파주엘루 대행은 "전날까지 전체 확진자 가운데 230만명 이상 회복됐다"면서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며 브라질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은 사실은 뺀 채 희생자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는 말만 했다.
앞서 브라질 언론은 지난 8일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었는데도 보건부가 유감 표명 외에 눈에 띄는 대응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브라질 언론은 파주엘루 대행이 코로나19 증상 초기에 의사를 찾으라고 말한 것을 두고도 '집에 있으라'에서 '빨리 병원에 가라'는 말로 바뀌었을 뿐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제대로 한 게 없다고 날을 세웠다.
한편, 브라질 보건부 자료를 기준으로 전날까지 누적 확진자는 316만4천785명, 누적 사망자는 10만4천201명이다.
전체 확진자 가운데 230만9천여명은 치료를 받고 회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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