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세비 1천800만원 伊의원들, 코로나 생계지원금 수급 '빈축'
하원의원 5명 신청해 3명 자영업자 지원금 타내
코로나19 사태 악용 '국민 혈세 착복' 비난 여론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일부 의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계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를 위한 국가 지원금을 수급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하원의원 5명이 영세 자영업자에게 주어지는 600유로(약 84만원)의 생계지원금을 신청해 이 가운데 3명이 이를 받아냈다.
지원금을 타낸 이들은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인 반체제정당 '오성운동'과 중도 성향의 '생동하는 이탈리아', 최대 야당인 극우 정당 '동맹' 등에 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 지방 의회 의원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천여명의 정치인이 자영업자 생계지원금을 받아냈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이들은 개입사업자로 등록만 돼 있으면 누구든지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상의 허점을 노렸다.
이들의 행태에 현지에서는 '국가적인 비상 상황을 악용해 국민 혈세를 착복했다'는 비난 여론이 들불처럼 일고 있다.
고질적인 관료주의 탓에 수천 명의 영세 자영업자들이 아직 지원금을 받지 못한 상황이어서 이들을 향한 시선은 더욱더 따갑다.
형식적으로 정상적인 신청 절차를 밟아 법적 책임을 따지기는 어렵지만, 공직자로서 도덕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가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이들의 신원을 공개하고 즉각 의회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한때 오성운동을 이끈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달에 1만3천유로(약 1천800만원)의 세비를 받는 의원이 자영업자 지원금을 타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개탄하며 스스로 신원을 밝히고 사죄하라고 일갈했다.
그는 아울러 "그들은 가장 어려운 시기 국가와 국민에 등을 돌렸다. 이탈리아의 이름에 먹칠한 그들은 더는 공직을 맡을 권리가 없다"며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오성운동과 함께 연정을 이끄는 민주당 대표 니콜라 진가레티 라치오주 주지사와 이탈리아 정계의 '뉴스메이커'인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도 "부끄러운 일"이라며 문제가 된 의원들의 일탈을 맹비난했다.
다만, 국가지원금을 집행하는 이탈리아국가사회보장공단(INPS)은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에 해당 의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며 난색을 보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북부 밀라노의 시의원인 아니타 피로바노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영업자 생계지원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공개하면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리학자 출신인 그는 "담보 대출금이 있는 데다 쇼핑도 하고 딸을 부양하고 때로는 외출도 하고 휴가도 가야 하는데 정치로는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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