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트럼프, '아메리카 퍼스트' 재확인…한국 세탁기 예시
재선시 미국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 기조 이어갈 듯
경제 어젠다로 미국노동자 우선·관세조치 활용 등 꼽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자신의 경제·무역 정책을 자찬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관세 부과 사례를 꼽았다.
자신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 산업과 노동자 보호를 명분으로 관세 등 기존 보후무역주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하이오주의 월풀 세탁기 생산 공장에서 한 연설에서 "나는 모든 외국산 세탁기에 50%의 관세를 부과한 명령에 자랑스럽게 서명했다"며 "그 결과 월풀의 9개 공장은 전에 결코 없었던 정도로 번창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이 2018년 1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삼성과 LG 등이 생산한 수입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조치를 언급한 것이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 수입이 급증해 자국 기업과 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관세 인상, 수입물량 제한 등을 통해 규제하는 무역장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미국 국제위원회(ITC)는 2013년 한국과 다른 나라의 경쟁자들이 미국 시장에 세탁기를 덤핑하는 것을 찾아냈다"며 "ITC는 최고 79%의 반덤핑 관세를 지불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고율의 관세를 지불하는 대신 LG와 삼성은 중국이라고 불리는 다른 나라로 생산을 이전했다"며 "여러분은 이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지난 행정부는 그들이 처벌받지 않고 계속 미국 시장에 세탁기를 덤핑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버락)오바마-바이든 행정부는 비웃음을 샀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언은 삼성, LG를 비판하기보다는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자신의 조치로 인해 미국의 일자리가 늘고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었다는 식으로 자신의 업적을 부각하는 데 방점이 있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찬과 달리 세이프가드 조치로 소비자가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비판적 견해를 취했다.
ITC가 지난해 한 보고서에서 미국 소비자가 가격 인상 때문에 희생을 치렀고, 오히려 수요를 낮추는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관세가 미국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불명확하다"며 "대부분 경제학자는 관세가 수입과 국내 생산자를 위한 경쟁 제한에 효과적이지만 이는 경제 전반, 특히 소비자에게 비용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 "우리는 글로벌주의를 거부하고 애국주의를 포용했다"며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미국인의 생활방식을 보존하고 보호할 것"이라며 "내가 여러분의 목소리가 돼 일자리를 지키고, 우리나라를 싫어하는 외국의 무역 사기꾼과 위반자에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시 경제 어젠다로 6가지 약속을 제시하면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퇴치, 미국 노동자 우선, 더욱 번창하는 국가, 의료·제약 공급의 허브화, 관세 및 다른 조치 활용 등을 꼽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산 알루미늄 제품에 10% 관세를 재부과하기 위한 포고문에 서명하고, 정부 기관에 특정 의약품과 의료장비에 대해 미국산 구매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미국의 꿈을 없애길 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오바마-바이든 행정부 8년간 미국의 공장 노동자는 약속 위반과 뻔뻔한 배신만 당한 채 일자리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또 자신의 취임 이후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합의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고 중국과 불균형한 무역 관계를 바로잡았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성과로 거론하며 이전 한미FTA가 재앙이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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