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핵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75주년 일본 요미우리신문 기고
세계 핵무기 90% 보유한 미·러에 전향적인 대응 촉구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6일 핵 위협 증가를 지적하며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히로시마(廣島) 원폭 투하 75주년인 이날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피폭자의 씻을 수 없는 고통을 보면서 우리는 핵무기를 모두 없애야 한다는 결의를 매일 새롭게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실은 핵 위협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핵무기 사용 방지와 폐기를 위한 여러 합의와 제도가 구축돼 왔지만 그런 틀이 수십 년 동안 작동하지 않고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구테흐스 총장은 "핵무기가 의도적, 우발적 또는 착오로 사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그 배경으로 핵보유국 간의 관계가 불안정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점을 거론했다.
그는 "국가 안보를 핵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화하고, 정치인은 핵 사용 가능성을 입에 올리기도 한다"며 살상력을 높이는 데 투입하는 막대한 돈을 평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데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어 "핵실험은 수십 년에 걸쳐 인류와 환경에 무서운 결과를 안겼다"며 핵 개발에 힘을 쏟는 지난 시대의 유물은 영원히 봉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핵무기는 기후변화 문제와 마찬가지로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1만3천개에 달하는 세계 핵탄두의 대부분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것보다 훨씬 파괴력이 커서 어떠한 핵무기 사용도 상상할 수 없는 참사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핵전쟁에 승자는 없다는 공통 인식으로 핵무기 없는 세계를 목표로 하는 합의, 그리고 핵 폐기에 역사적 진전을 이룬 협력의 정신으로 이제야말로 돌아가야 한다"며 세계 핵무기의 90%를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에 전향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가 내년 2월 만료되는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뉴 스타트·New START)의 5년 연장에 합의하면 다른 핵보유국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핵 감축을 위한 새로운 합의를 할 협상의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 체결된 새 전략무기감축협정은 1991년 미국과 옛 소련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 감축에 합의한 전략무기감축협정의 뒤를 이은 것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배치하는 핵탄두 수를 각각 1천550기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기고문 말미에서 "다행히 유엔 회원국의 대부분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지향하고, 122개국이 핵무기금지조약의 채택을 지지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며 피폭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핵무기 없는 세계를 희구하는 새로운 결의를 다지자고 호소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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