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테일즈 '페미 사냥'에 굴복…"광대→나쁜X"으로 재수정(종합)
"걸레같은X" 대사 바로잡았다가 닷새 만에 여성비하 표현으로 복귀
카카오게임즈 담당자 전원 교체…전문가 "광대가 남성비하? 가짜뉴스"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카카오게임즈가 신작 게임 '가디언테일즈'의 여성비하 대사를 수정했다가 남초(男超) 게이머 집단의 비난을 받고 다시 여성비하 대사로 재수정했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미국 개발사 콩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유통·마케팅)하는 가디언테일즈는 이날 "문제가 된 '광대' 관련 대사를 '이 나쁜 X(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재수정한다"고 공지했다.
가디언테일즈에서 문제가 된 대사는 처음에는 "이 걸레 X"이었다.
지난달 30일 추가된 이벤트 스테이지에 나오는 문장인데, 영어판에서는 "You whore(성매매 여성)"로 제공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커뮤니티 등에서 일부 이용자들이 부적절한 표현 아니냐고 문제 제기하자 이를 "광대 같은 게"로 바꿨다.
가디언테일즈는 국내에서 12세 이용가로 서비스되고 있다.
이에 가디언테일즈를 이용하는 게이머들은 두 가지 이유로 크게 반발했다.
첫 번째는 카카오게임즈가 2일에 대사를 고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사전 공지 없이 게임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게이머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게임 난이도를 조절하는 등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패치를 하는 행위를 '잠수함 패치'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스텔스 패치'(stealth patch), '닌자 패치'(ninja patch)로 주로 불리며 국내외에서 공히 게이머들의 비판을 받는 행위다.
두 번째 반발 이유는 '걸레 X'을 '광대'로 바꾼 것이 "급진적 페미니즘의 영향 아니냐", "남성 혐오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게이머들은 '광대'가 급진적 페미니스트 집단에서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카카오게임즈 내부에 급진적 페미니스트가 있는 것 아니냐"며 '페미 사냥'을 시도했다.
남초 게이머 집단이 게임 개발진에 페미니즘 프레임을 씌우거나 페미니스트를 색출하는 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게임계의 대표적인 인권 침해 사례로 결론 내린 바 있다.
가디언테일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이 5점 만점에 4.9점이었는데, 잠수함 패치 논란 및 '페미 게임' 프레이밍이 시작된 후 이틀 만에 2.2점으로 추락했다.
끝내 카카오게임즈는 남성 게이머 여론을 수렴해 "광대 같은 게" 대사를 "이 나쁜 X"으로 재수정하기로 결정했다.
대사에서 "걸레"는 빠졌지만, 5일 만에 여성비하 표현으로 되돌린 셈이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공지문에서 "본래 스토리의 취지에 맞으면서 욕설이나 사회 통념상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나쁜 X' 정도의 욕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걸레X"을 "광대"로 바꿨던 이유에 관해서는 "불필요하게 화제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안전한 단어를 선택하려다 저지른 실수"라며 "특정 단체 소속이거나 편향된 직원은 한 명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현재 실무진은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새로운 담당자로 교체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광대'가 남성비하 표현이라는 일부 주장에 근거나 실체가 없는데 카카오게임즈가 섣불리 여성비하 표현을 되살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의 주 이용자층인 젊은 남성 커뮤니티 여론에 게임사 측이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굴복하는 사례가 또 하나 추가됐다"고 자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국내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광대'가 한국 남성을 가리키거나 남성을 비하하는 단어로 통용된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문제를 페미니즘 탓으로 돌리기 위한 가짜뉴스 여론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김 교수는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발현하는 국내 래디컬 페미니즘 운동을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페미니스트 학자다.
그는 "여성비하 욕설을 유희의 일부로 넣은 것 자체가 게임계의 남성 중심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게임 개발 및 유통 단계 전반에 시대적 정신이라고 할 성인지 관점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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