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팬데믹 틈타 '달러패권 굳히기' 박차
WSJ, 관행 벗어난 '세계의 은행' 행보 분석
통화스와프 14개국 중앙은행에 4천490억달러 수혈
경기부양 미국 정부에도 기록적 대출 행진
달러가치 단기급락에 "패권 위기론 섣부르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한 글로벌 경제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바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다.
지난 3월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연준이 소방수로 뛰어들었다. 연준의 처방전은 쉽게 말해 '기축통화' 달러를 무제한 공급하는 것이다.
그 후폭풍은 달러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7월 한달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달러화 패권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다.
3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반대 평가를 내놨다.
달러화 가치는 여전히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과 비슷하고, 그 버팀목인 연준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는 것이다.
WSJ는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은행'으로서 연준의 역할을 극대화했다"고 평가했다.
가장 핵심적인 조치는 통화스와프 라인이다.
연준은 14개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다.
캐나다·영국·유럽연합(EU)·스위스·일본 등 5개 중앙은행과의 기존 스와프협정을 유지하면서, 한국은행(BOK)을 비롯한 9개 중앙은행을 추가했다.
통화스와프는 필요할 때 자국 통화를 상대국 중앙은행에 맡기고 상대국의 통화를 빌려 쓸 수 있도록 하는 계약으로, 연준이 각국 중앙은행에 달러화를 공급해주겠다는 뜻이다.
이들 9개 중앙은행과의 계약은 9월 30일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내년 3월 말까지 6개월 연장된 상태다.
통화스와프와는 별개로,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맡기면 달러화를 공급하는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거래도 시행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에 따라 연준이 전 세계 중앙은행에 공급한 달러화는 5월 말 현재 약 4천490억 달러(약 540조 원)라고 WSJ은 전했다.
월스트리트 금융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공급한 유동성과는 별개로, 전 세계 중앙은행에 막대한 자금을 직접 수혈한 셈이다.
달러 표시 국채 매입을 통한 달러화 공급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실행하는 재무부의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연준이 매수자로 나서면서 유동성을 뒷받침하는 구조다.
미 재무부의 차입 규모는 3분기 9천470억 달러(1천130조원)에서 4분기에는 1조2천200억 달러(1천450조원)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는 달러화에 갈수록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진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글로벌 외환시장의 하루평균 거래액 6조6억달러 가운데 88%가 '달러 기반'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달러 표시 외화채권 발행도 10년 새 가파르게 증가했다.
런던의 통화전문가 스티븐 젠은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달러 통화가 부족해지면서 연준의 개입으로 이어진다"면서 "달러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은 강해진다. 어떤 다른 통화보다도 달러화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가 많이 공급될수록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교과서적인 원칙은, 기축통화 달러화에는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단기적인 달러가치 하락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달러화 인덱스는 7월 한달간 4% 급락하면서 약 10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지만, 역사적으로는 낮은 수준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현재 93선으로, 지난 3월 초 94~95선을 소폭 밑돌고 있다.
달러 인덱스는 2018년 초 89선에 머물기도 했다.
미 재무부 당국자 출신인 마크 소벨은 "단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떨어졌다고 해서 글로벌 기축통화의 지위가 위협받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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