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美 대선 전 트럼프-김정은 '깜짝 회담' 변수는 중국"
전문가들 "미·중 관계 악화 속 中, 북미 관계개선 원치 않을 것"
"北, 미·중 갈등 이용해 입지 넓히려고 할 것" 분석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깜짝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회담 성사의 최대 변수는 중국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10월의 서프라이즈'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10월의 서프라이즈'란 역대 미국 대선에서 선거전 막판에 유권자의 표심과 판세에 영향을 주려고 야심 차게 준비한 대형 반전 이벤트를 일컫는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뒤지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회담과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회담에 이어 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릴 수 있다는 얘기이다.
미 싱크탱크인 국익연구소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은 최근 '아메리칸 컨서버티브'에 게재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에 북한과 합의라는 돌파구를 원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백악관과 국무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과 협상이 타결된다면 올가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기차나 비행기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아시아국가의 한 수도에서 3차 정상회담이 열려 합의문이 서명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고 전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10월의 서프라이즈'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전에서) 큰 곤경에 처해 있다고 느낀다면, 친구 김정은과 만남이 분위기를 뒤집어놓을 수 있는 사건으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곧 보자(See you soon)"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3차 북미정상회담의 성사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겪는 북한으로서는 무역과 원유 수입 등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중국이 북한과 미국의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지 않는 한 북미정상회담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얘기이다.
린제이 포드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정책안보 부문 책임자는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한 (미국이) 북한과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협상을 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구나 무역·기술전쟁, 홍콩 문제 등으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도울 수 있는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달 초 발표한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국제사회 제재로 인한 경제난을 벗어나길 원하는 북한이 미국과 중국 모두에 중요한 '카드'로 부상한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운신의 폭을 넓힐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수잔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미·중 갈등으로 인해 북한의 외교적 입지는 더욱 커질 수 있다"며 "미국과 그 동맹국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양보를 얻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SCMP는 "북한이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미사일 시험이라는 또 다른 '10월의 서프라이즈'를 선사할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은 미·중 갈등이라는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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