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여성 야권 대선후보 지지 대규모 집회…"수만명 참가"
구속된 남편 대신 출마 티하놉스카야 "승리하면 대선 다시 실시"
내달 9일 선거…26년 철권통치 루카셴코 대통령 6기 집권 유력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내달 대선을 앞둔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에서 30일(현지시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현 대통령에 도전장을 던진 여성 야권 후보 지지자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의 '인민우호 공원'에서 이날 저녁 6시부터 약 4시간 동안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38) 지지 집회가 개최됐다.
지난 19일 약 7천명이 모인 지지 집회에 뒤이은 두 번째 집회였다.
현지 인권운동단체 '베스나'(봄)는 이날 집회에 최대 6만3천명이 참가했다고 전했고, 일부 언론은 참가자가 3만5천명 정도라고 추산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강력한 권위주의적 통치가 계속되고 있는 벨라루스에서 이 같은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열린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이번 대선에서 루카셴코 현 대통령의 가장 유력한 상대로 꼽히는 티하놉스카야는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 당국에 체포된 반체제 유명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의 부인이다.
티하놉스키는 사회질서 교란 혐의로 지난 5월 말 체포돼 수감돼 있으며 티하놉스카야는 남편을 대신해 출사표를 던졌다.
이날 집회에는 역시 대선 출마를 시도하다가 입후보가 무산된 금융인 출신의 빅토르 바바리코와 벨라루스판 실리콘밸리 '첨단기술파크' 창설자 발레리 체프칼로의 지지자들도 참가했다.
루카셴코의 유력한 경쟁자로 여겨지던 바바리코와 체프칼로는 앞서 현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후보 등록이 거부당했다.
벨라루스의 갑부 은행가로 대선 도전을 선언했던 바바리코는 지난달 중순 한때 자신이 운영했던 은행의 돈세탁·탈세 등에 관여한 혐의로 아들과 함께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체프칼로는 체포를 우려해 자녀들과 함께 러시아로 도피했다.
집회 중반에 행사장에 도착한 티하놉스카야는 연설에서 "내 남편은 사람들의 눈을 뜨게 했고 개혁에 대한 희망을 줬다. (하지만) 그는 지금 두 달이나 구치소에 있다. 우리 아이들은 (보호를 위해) 숨겨 놓았다"면서 "나는 인내하고 침묵하고 두려워하는 데 지쳤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면서,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와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입후보가 거부된 모든 인사를 참여시키는 대선을 다시 실시할 것이며, 정치범들도 석방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날 집회장 주변에는 대규모 경찰 병력이 배치됐으나 체포나 연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 중앙선관위는 지난 14일 대선 후보 등록을 마감하면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티하놉스카야 등을 포함한 5명의 후보가 공식 등록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로선 다음 달 9일로 예정된 대선에서 루카셴코의 위협이 될만한 후보는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994년부터 26년 동안 옛 소련에서 독립한 벨라루스를 철권 통치해온 루카셴코 대통령(65)이 6기 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루카셴코는 티하놉스카야의 입후보에 대해 "대통령직은 여성이 맡기에는 너무 힘든 일"이라고 폄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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