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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전세시장 열리자…집주인들 멘붕·세입자는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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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전세시장 열리자…집주인들 멘붕·세입자는 안도
'전세 4년 보장에 임대료 인상 5%이내' 전격 시행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홍국기 기자 = 전월세 거주를 4년간 보장하고 전월세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31일 전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전세시장에서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임대차 3법' 추진 소식에 대책 마련에 부심하던 집주인들은 생각지 못한 빠른 속도로 입법이 완료되자 크게 당황한 모습이다.
세입자들은 일단 주거안정 측면에서 법 시행을 반기면서도 다음 전셋집으로 옮길 때 전셋값이 폭등하고 전셋집 구하기가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대통령 재가와 관보 게재가 일사천리로 이뤄질 예정이어서 사실상 시행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무회의 의결 소식이 알려진 직후 강남구 개포동 L공인 관계자는 "설마설마했는데 다들 이렇게 법이 빨리 처리될 줄은 몰랐다. 집주인이나 세입자 모두 '멘붕'(멘탈 붕괴·정신적 공황)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관련 법이 상임위 상정 사흘 만에 국회 통과와 국무회의 의결까지 신속히 끝내자 당황했다는 것이다.
일부 단지에는 충격파가 더 컸다.
지난해 2월 입주한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84㎡(전용면적)의 경우 입주 당시 전세 보증금이 7억원 수준에서 현재 14억원까지 올라 2배로 뛰었다.
이날 법 시행으로 앞으로 세입자는 추가 2년의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고 집주인은 실거주 등의 사정이 없으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때 임대료는 직전 계약액의 5%를 초과해 인상할 수 없다.
L 공인 대표는 "전셋값이 입주 때랑 비교해 2배가 됐는데, 내년 3∼4월 전세계약 만기를 앞둔 집주인들이 (5%룰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다.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8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송파 헬리오시티도 비슷한 분위기다.
이 단지는 입주 당시 84㎡ 기준 6억원대에 불과했던 전셋값이 지금은 10억∼10억5천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송파구 가락동 H 공인 대표는 "대규모 단지는 통상 집주인들이 입주 초기 전세를 싸게 내놨다가 2년 뒤 높게 받으려고 한다. 대단지인 헬리오시티도 마찬가지인데, 지금 계약을 갱신하면 보증금을 3억∼4억원 더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이게 안 되니 집주인들은 타격이 크다. 뭔가 계획을 세우려는 와중에 법이 전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집주인들이 멘붕 상태"라고 했다.
공인중개사 사무소에는 집주인들의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노원구 월계동 D 공인 대표는 "어젯밤까지 집주인들이 전화해서 이런 법이 어딨느냐, 사유재산 침해가 아니냐며 난리였다"며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전화들"이라고 했다.
마포구 성산동 N 공인 대표도 "법 시행으로 혼란스럽다"며 "아직 분쟁 때문에 찾아온 사람은 없지만, 전세계약과 관련해 이게 맞느냐 틀리느냐 묻는 문의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주택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면서 전세를 빼고 직접 살겠다는 집주인도 나오고 있다.
L 공인 대표는 "실거주를 오래 할수록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늘어나니 세금 문제 때문에라도 이참에 세입자를 내보내고 들어가겠다는 집주인이 있다"고 말했다.


입주를 앞둔 단지 집주인들은 임대차 계약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L 공인 대표는 "개포시영을 재건축하는 개포래미안포레스트의 경우 9월 말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임대차법 통과로 전셋값이 더 오를 것이라며 전세 내놓는 걸 더 두고 보겠다는 집주인들이 생기고 있다"며 "전세 물량도 얼마 없는 상황에서 세입자들이 대출도 잘 안 되고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전세 세입자는 법 시행을 반기면서도 전셋값 폭등을 우려한다.
마포구 공덕동 아파트 전세 세입자 송모(41)씨는 "4년 동안 전셋값이 크게 오르지 않고 마음 편히 살게 돼서 다행"이라며 "하지만 4년마다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조삼모사식 대책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더 신경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redfla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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