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공격 통한 전수방위 원칙 훼손 논란 고려 '반격능력' 표현 피해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헌법 위반 논란 속에서 일본이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31일 국방부회 등의 합동회의를 열어 당내의 '미사일 방어검토팀'(이하 검토팀)이 마련한 억지력 강화를 위한 제언안을 승인했다.
자민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달 18일 미국산 지상 미사일 요격체계인 '이지스 어쇼어' 배치 백지화에 따른 보완책으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문제를 거론한 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전 방위상이 이끄는 검토팀을 꾸려 관련 내용을 논의해 왔다.
검토팀은 일본이 지향하는 전수(專守)방위 원칙 아래서 '상대(적) 영역 안에서도 탄도미사일 등을 저지하는 능력 보유'를 제언안에 명기하는 형태로 새로운 미사일 방어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는 그간 일본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에 한정하는 방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어서 사실상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주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언안은 다만 북한과 중국의 미사일 공격 능력 향상으로 상대 영역에서 공격을 저지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하면서도 2017년 제언에 포함했던 '적기지 반격 능력' 보유라는 표현을 피했다.
타격력 보유를 명시할 경우 선제공격에 나선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어 헌법에 근거한 전수방위 원칙을 훼손한다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대응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적 기지 공격 능력이 위헌 소지가 큰 선제공격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자위 반격 능력'으로 명칭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 왔는데, 이 표현을 한층 완화한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어떤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유사시에 일본 입장에선 적이 되는 상대국의 공격 거점을 선제 타격한다는 개념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어서 자민당 제언이 정부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전수방위 원칙 훼손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도 "자민당 제언은 상대의 거점을 때리는 적 기지 공격 능력을 기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공격 능력 보유를 촉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언은 또 유사시에 미국을 공격 주체로 하고 일본은 방어를 맡는 미일 간의 '창과 방패' 역할 분담 원칙을 유지토록 하면서 공격적인 무기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형식적으로는 유지했다.
아울러 미일 양국의 전체 억지력과 대처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본 정부는 내주 중 제출될 자민당 제언을 토대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논의를 거쳐 늦어도 올 9월까지는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 등 이지스 어쇼어 배치 중단에 따른 새로운 미사일 방어대책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현 단계에선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 방안으로 전투기를 이용한 공대지 미사일 발사, 이지스함 등을 이용한 장거리 순항 미사일 발사 능력 등의 확보를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1956년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1883∼1959) 당시 총리가 국회 답변(대독)을 통해 "(상대방의) 공격이 행해질 경우 앉아서 자멸을 기다리는 것이 헌법 취지는 아닐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것을 근거로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가 전수방위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해석을 견지했지만 이를 방위정책에 포함하지는 않았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은 탄도미사일 발사 시설 등 적국 내에 있는 기지를 공격해 파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불가피한 경우 적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자위 범위에 포함되고 헌법상 허용되지만, 정책적으로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간 일본 정부 입장이었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 가능성 등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2017년 12월부터 추진하던 이지스 어쇼어 배치 계획을 기술적 결함 등을 이유로 중단하기로 결정한 뒤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를 방위정책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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