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흑인인권 대부 장례식에 트럼프 빼고 전직 대통령 다 모여
오바마·부시·클린턴, 존 루이스 의원 마지막 길 직접 배웅
95세 최고령 카터는 추모 서한…트럼프는 끝내 조문 외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존 루이스 연방 하원의원의 장례식에 현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고 전직 대통령 3명이 참석했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버니저 침례교회에서 열린 루이스 의원 장례식에 나란히 참석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국 전직 대통령 가운데 최고령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95)이 건강 문제로 부득불 참석하지 못했지만 추모 서한을 보낸 것을 고려하면 생존해있는 전직 대통령 모두가 예를 갖춰 루이스 의원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셈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루이스 의원의 생전 업적과 발자취를 기렸고, 부시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도 연단에 올라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루이스 의원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가장 훌륭한 제자였다"며 "그가 남긴 강력한 자유의 비전에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우리는 루이스 의원 덕분에 더 좋고 고귀한 나라에 살고 있다"고 추모했고, 클린턴 전 대통령은 "우리는 루이스 의원이 혼란을 치유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줬던 것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에버니저 교회 측이 대독한 추모 서한을 통해 "루이스 의원은 수많은 사람에게 축복이었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전직 대통령 3명과 함께 장례식에 참석해 루이스 의원의 영면을 기원했다.
하지만, 생전 루이스 의원과 껄끄러운 사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루이스 의원이 별세한 다음 날인 지난 18일 관공서에 조기 게양을 명령하고, 트위터에 루이스 의원을 애도하는 짤막한 글을 올렸지만, 그게 전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28일 루이스 의원의 유해가 담긴 관이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중앙홀에 안치됐을 때에도 조문을 외면했다.
한편 이날 장례식에 맞춰 루이스 의원이 미국민에게 남긴 마지막 당부가 공개됐다.
루이스 의원은 숨지기 직전 뉴욕타임스(NYT)에 미리 기고한 글을 통해 정의와 평등을 위해 국가가 함께 힘을 모을 것을 촉구했다.
그는 "평화와 사랑, 비폭력이 더 훌륭한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내 인생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며 "이제 여러분이 자유의 종을 울릴 차례"라고 말했다.
루이스 의원은 1960년대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함께 흑인 민권운동을 이끈 6명의 거물 지도자 '빅 식스' 가운데 한 명이다. 킹 목사를 비롯한 나머지 5명은 먼저 세상을 떠났고, 루이스 의원도 80세를 일기로 지난 17일 타계했다.
jamin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