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흔들리는 텃밭' 텍사스행…에너지강국 부각 속 실탄확보
코로나19 확산에 입지위축…"바이든, '급진좌파' 정책으로 에너지 산업 파괴"
에너지 '큰 손'들에 구애…"모금행사서 하루만에 700만 달러 모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서부 텍사스 지역을 찾아 흔들리는 텃밭잡기에 나섰다.
기금모금 행사를 통해 '실탄 확보'에 나서는 동시에 에너지 산업 육성 의지를 거듭 밝히며 '에너지 큰 손'들 이 있는 석유산업계를 향해 구애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 취임 후 16번째 텍사스 방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 서부 오데사에서 지지자 라운드테이블 및 기금 모금 행사를 잇따라 가진 뒤 미들랜드로 이동, 원유 및 천연가스 탐사 및 개발, 생산 회사인 더블 이글 에너지사를 방문했다.
이날 현장 행보는 공화당의 전통적 '안방'으로 꼽혀온 이곳의 표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과 맞물려 요동치면서 이번 대선에서 이 지역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지난 27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모리스빌의 후지필름 공장을 찾아 조속한 백신 개발을 공언한 지 이틀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더블 이글 에너지사에서 석유 시추장비 등을 둘러본 뒤 '퍼미니언 분지내 에너지 지배력 복원'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미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넘버원 에너지 슈퍼파워(초강대국)가 됐다"며 "우리는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 행정부의 규제 완화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민간 투자 권장 등에 힘입어 에너지 호황이 이뤄지게 됐다고 자화자찬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텍사스주 서부와 뉴멕시코주에 걸쳐 있는 퍼미언 분지는 미국 최대의 셰일 석유 광구다.
그는 연설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통령이 된다면 민주당 의원들의 '그린 정책'을 채택, 에너지 산업뿐 아니라 미국 경제 전체를 파괴할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바이든이 텍사스에서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린 정책'을 "급진적 좌파의 정책"으로 몰아붙이며 "우리는 미국의 에너지를 없애버리려는 워싱턴의 정치인들에게 텍사스를 방해하지 말라고 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함께 중국에서 온 바이러스를 끝낼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후에는 텍사스 석유의 멕시코 수출 허용을 포함, 송유관 및 철도 프로젝트 관련 4개의 허가증에 서명했다. 에너지 기업들도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미들랜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자라난 곳이기도 하다.
이날 방문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기금 모금을 통해 선거 캠페인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 방문 기간 만난 에너지 부호들이 휘청거리는 재선 캠페인의 재시동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루 모금 행사를 통해 700만 달러(한화 약 83억 6천만원)를 모았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을 찾아 하루만에 거액을 모으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텍사스를 방문할 예정이었던 고머트 공화당 하원의원과 공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맞으려던 한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자가 각각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점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이륙하기도 전에 텍사스 방문이 창궐하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빛을 잃게 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서부 텍사스 방문을 통해 미국의 에너지 부각과 캠페인 자금 모금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지만 출발부터 순조롭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현장 행보가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의 표심이 최근 들어 흔들리며 경합주로 바뀌는 양상을 보인 가운데 이뤄진데 대해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52%의 득표율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9%포인트 차이로 따돌렸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초접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텍사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 위축은 이 지역의 코로나19 확진 증가와 맞물려 있다고 전했다.
이틀 전 노스캐롤라이나 현장 방문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어포스원에서 내렸을 때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기금 모금 행사에서도 대부분의 참석자가 '노 마스크' 상태였다고 풀기자단이 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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