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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비 대주는 나라들…일자리 위한다지만 '최선일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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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비 대주는 나라들…일자리 위한다지만 '최선일까' 논란
코로나19발 관광업계 초토화에 각국 여행 지원금 도입
감염우려에 '위험하다' 비판도…"일자리 체질개선 기회 삼아야"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불과 몇개월 전만 해도 이탈리아 베네치아 등지는 '오버 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았다.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리는 탓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자 이들 인기 관광지는 어떻게 하면 여행객 수를 제한할까를 고민했고 심지어 '관광객 혐오' 현상도 벌어졌다.
그러나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오버 투어리즘'이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췄다.
이제 세계 각국은 어떻게 하면 자국 관광산업을 활성화할까 고심하고 있다. 각종 여행 지원금 정책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과연 세금으로 인기 관광지를 지원하는 게 최선일까.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지는 27일(현지시간) 각국의 여행 지원금 정책의 배경과 문제점을 분석했다.


◇ "보조금 드릴 테니 제발 여행을 떠나세요"
지난달 '관광의 나라' 이탈리아는 올 여름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저소득층에 휴가비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연 소득 4만유로(약 5천443만원) 미만인 가구에 최대 500유로(약 68만원)의 '여름휴가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이다.
지원금을 신청해 받은 가구는 이탈리아 내 숙박지 등에서 80%를 사용할 수 있으며, 나머지 20%는 세금 혜택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은 국내외 여행객을 끌어오기 위해 최근 여행 바우처(상품권·할인권) 사업에 7천500만 유로를 투입하기로 했다. 숙박, 가이드 투어, 박물관 입장권 등으로 교환할 수 있는 바우처다.
비슷한 정책이 아이슬란드, 한국, 대만, 태국 등에서도 도입됐다.
심지어 동(東)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공화국은 자국을 방문한 관광객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 여행 경비를 지원해주겠다고 밝혔다. 키프로스는 관광산업이 지난해 GDP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관광 의존율이 높다.
일본 정부는 이달 22일부터 1조3천500억엔(약 15조원)을 투입해 자국내 관광 지원 캠페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을 벌이고 있다.



◇ 코로나19로 세계 여행객 60% 감소…관광산업 일자리 타격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세계 관광업계는 4명당 1명꼴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냈다.
WTTC는 만일 올해 여행객이 작년 대비 절반 감소하면 1억2천100만개의 일자리와 3조4천 달러 규모 매출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미 현실화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로 올해 세계적으로 해외 여행객이 60% 감소할 것이고, 코로나19 2차 파도가 경제 재개를 지연시키면 여행객은 80%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인들은 여행 지원금이 봉쇄로 지쳤던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지원금은 부가가치세(VAT) 감면 등의 혜택 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확실한 경제적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여유있는 자에게만 혜택 돌아가"…코로나19 확산 우려도
그러나 이러한 분명한 정치적 목적에도 여행 지원금이 보편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휴일에 일하는 대신 여행을 떠나 지원금의 혜택을 보는 계층은 아무래도 부유한 계층이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각국은 여행 지원금 혜택이 부유층에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를 두기도 한다. 이탈리아는 연소득 4만 유로 미만 가구로 제한했고, 한국에서는 소규모 사업장 직원들과 저소득 노동자를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원금 수혜자들도 반대한다. 먼 곳에서 온 여행객들로 인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청정지였던 동네가 전염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일본의 '고투 트래플'도 인기가 없다.
닛케이 아시안 리뷰가 20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0%가 해당 정책이 섣불리 도입됐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도쿄도에서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여행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 저숙련·저소득 관광업 일자리 대신 양질 일자리 만들 기회로
이코노미스트는 여행 지원금 정책에도 여전히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여행을 꺼리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 탓에 여행에 여러 제약이 따라 불편하다.
스페인을 찾은 영국인 여행객들은 지난 25일 귀국시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통보를 시행 불과 5시간 전에 받았다. 코로나19로 여행자 보험 가입도 어렵다.
이러한 상황이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오버 투어리즘으로 고통을 호소했던 일부 도시들은 관광객들이 돌아오는 것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베네치아 전 시장 파올라 코스타는 "지금이야말로 대안을 찾을 때"라고 말했다.
관광업 일자리는 저숙련, 저소득, 계절성 일자리인데, 그런 일자리 대신 기술직군을 육성하면 더 나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한 종잣돈을 중앙 정부에서 타내는 것은 여행 지원금을 타내는 것보다 어렵다.
코스타는 "왜냐면 관광업계의 로비가 베네치아의 로비 그룹보다 세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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