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의료용품 납품 처남이 싹쓸이?…伊검찰, 유력정치인 수사
폰타나 롬바르디아 주지사 검찰 수사선상에
처남업체, 공공입찰 없이 7억원대 의료용품 공급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컸던 북부 롬바르디아주 주지사가 자신의 처남 업체에 대규모 의료용품 납품을 맡긴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검찰은 최근 극우 정당 동맹 소속 유력 정치인인 아틸리오 폰타나 롬바르디아 주지사에 대해 의료용품 납품 사기 혐의를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롬바르디아주는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지난 4월 '다마'(Dama)라는 업체에서 수술용 가운 7만5천장과 손 소독제 등과 같은 개인위생 제품 7천세트를 납품받았다. 총 51만3천유로(약 7억1천856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다마는 처남이 운영하는 의료장비 공급업체로, 폰타나 주지사의 처도 지분 10%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납품은 공공입찰 절차 없이 이뤄졌다고 한다.
하지만 5월 말께 현지 한 방송사에서 해당 거래를 고발하는 보도를 내보내자 다마는 돌연 이미 납품한 수술용 가운 7만5천장 가운데 5만장을 기부로 전환했다.
나머지 2만5천장에 대해선 장당 9유로(약 1만2천원)의 단가가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 업체의 공급가인 6유로보다 비싼 가격이다.
폰타나 주지사는 부당 거래 의혹이 제기될 무렵 스위스에 있는 자신의 개인 계좌에서 25만유로(약 3억5천만원)를 다마로 송금하려 했으나 금융감독당국에 의해 제지당했다.
폰타나 주지사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관련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해당 거래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물품 대금의 개인 송금은 처남의 손실을 보상해주려는 것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이를 일종의 기부 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거래에 폰타나 주지사가 깊이 개입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다마의 기부 전환과 폰타나 주지사의 개인 송금도 법적인 책임을 피하고자 공모한 행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번 의혹은 정치 공방으로도 번질 기미를 보인다.
야권의 중추인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은 폰타나 주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적으로 불순한 의도에서 시작됐다고 비난하는 반면에 여권은 폰타나 주지사의 즉각적인 사임을 요구하며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동맹의 유력한 차기 주자로 꼽히는 폰타나 주지사는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소홀히 해 요양원 등의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한 혐의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26일 기준으로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로 3만5천107명이 사망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롬바르디아주에서 발생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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