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출신' 美 청두 총영사 부인에 中 누리꾼 벌떼 공격
"신장·티베트 스파이 짓 그만해라" 거친 비난 쏟아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이 미국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대한 보복으로 청두(成都) 주재 미 총영사관 폐쇄에 나선 가운데 미 총영사의 부인이 중국 누리꾼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폐쇄 시한은 이날 오전 10시(현지 시각)로 알려졌으며, 총영사관 측은 막바지 철수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인 중국중앙(CC)TV가 이를 생중계하는 등 중국인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짐 멀리낵스 청두 총영사의 부인 좡쭈이(莊祖宜)가 중국 누리꾼들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대만 출신인 좡쭈이는 가수이자 음식 칼럼니스트로, 소셜미디어에서 59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어머니 판위원도 유명한 가수이다.
여러 권의 요리책을 출간한 좡은 청두 거리에서 음악 공연을 하기도 했다. 청두에서의 삶을 중국 소셜미디어에 게재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중국 내 미국 총영사 부인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청두 주재 미 총영사관의 철수가 결정된 후 그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 글에는 7천여 개의 비난 댓글이 쇄도했다.
한 중국 누리꾼은 "스파이들이여, 이 나라에서 나가라. 너의 남편과 부하들이 티베트와 신장(新疆)에 관해 스파이 짓을 해왔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느냐"는 댓글을 달아 1만3천여 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다른 누리꾼은 "스파이야, 여기서 꺼져라. 돌아오면 두들겨 팰 것이다"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는 청두 주재 미 총영사관이 쓰촨(四川), 윈난(雲南), 구이저우(貴州), 충칭(重慶) 등과 함께 미국이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두는 신장과 티베트를 관할하기 때문에 나온 비난으로 여겨진다.
또한, 좡쭈이가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집권 하의 대만 출신이라는 점도 이러한 비난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좡쭈이가 과거에 온라인에 올린 글에도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피해 두 아들과 함께 청두를 떠났던 좡쭈이는 "2차대전 당시 나치를 피해 집을 떠나던 유대인의 모습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 고조된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의 상황을 어떻게 나치 지배하의 독일과 비교할 수 있느냐며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한 누리꾼은 좡쭈이가 과거 페이스북에 "문학, 음악 등 각종 방식으로 홍콩의 민주화 운동과 신장, 티베트 문제 등에 목소리를 내는 중국 친구들이 있다"는 글을 올렸다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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