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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내 앞마당?…러, 전방위 내정개입에 영, 뒷북 대응(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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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내 앞마당?…러, 전방위 내정개입에 영, 뒷북 대응(종합)
영국의회 보고서 "허위정보·불법자금·정계인사 포섭 난무"
존슨 총리, 새 방첩법 제정 추진…외국 정보요원 등록 의무화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영국 정부와 정보당국이 러시아의 내정 개입을 사실상 방관했다는 의회 보고서가 공개되자 영국 정부가 뒷북 대응에 나섰다.
영국 정부는 외국 정보요원 등록을 의무화해 영국 내 첩보 활동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새로운 방첩법안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정보안보위원회(ISC)가 뒤늦게 공개한 50쪽의 '러시아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가 영국 민주주의의 기반을 약화하고 정치를 부패시키는 지속적이고 정교한 활동을 확대해왔지만, 영국 정부는 못 본 척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러시아는 영국 선거에 개입하고 허위정보를 흘리는가 하면, 불법 자금을 이전하고, 상원의원을 사실상 고용하는 등 사법부나 정보당국의 별 제지 없이 정치인을 끌어들이고 각 기관에 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보고서에서 "아무도 영국의 민주주의를 보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대대로 영국에 유입되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와 돈을 두 팔 벌려 환영하면서 내정간섭을 '뉴노멀'로 만들었다.
보고서는 "이런 조처는 러시아의 불법 자금이 '런던 (자금)세탁기'라는 기제를 통해 재사용될 수 있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의 자금은 홍보회사와 자선재단, 정치적 이익단체, 학계, 문화기관에 대한 지원을 늘려 영향력을 만들어내는데 광범위하게 투자됐다"면서 "이들 기관은 모두 러시아 자금의 자발적 수혜자였고, 평판 세탁 과정에 공헌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밖에 영국 정부와 정보당국이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러시아가 개입하려고 시도했는지 적절한 조사를 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다만, 선행 연구 결과를 보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러시아 국영방송 RT(러시아투데이)나 스푸트니크TV 등에는 브렉시트에 찬성하고, 유럽연합(EU)에 반대하는 보도가 우세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위터에서 봇과 트롤(소셜미디어에서 여론을 호도하고 조작하는 계정 또는 메시지) 활용도 러시아가 브렉시트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시도의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케반 존스 의회 정보안보위원회 소속 노동당 의원은 NYT에 "개입이 이뤄졌는지가 아니라, 아무도 개입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게 격분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영국 정보당국을 관할하는 의회 정보안보위원회의 조사가 끝난 지 거의 18개월 만에 공개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제출됐지만, 정부가 내용을 숨기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발표는 미뤄졌다.
보고서 공개가 미뤄진 사이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지난 12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보수당은 365석을 얻어 야당 모든 의석을 합한 것보다 80석이 많은 압도적 다수당이 됐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서방국가들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저돌적으로 강대국의 지위를 재탈환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존슨 총리는 이와 관련, 외국의 내정개입을 막기 위해 정보당국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의 새로운 방첩법안 제정을 준비 중이라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영국에서 외국 정보요원의 첩보 활동은 명백하게 금지된다. 외국 정보요원들은 영국에 도착하는 즉시 등록을 해야 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징역형에 처하거나 추방될 수 있다.
앞서 앤드류 파커 전 영국 국내정보국(MI5) 국장은 영국 하원의원들에게 외국 정보요원들은 낡은 보안법 덕에 영국에서 실제로 처벌을 받지 않고 첩보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그는 현 법률 체제에서 외국 정보요원들은 공식적인 기밀을 보유한 채 잡히지 않는 이상 공소 제기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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