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제초제를 사용하다가 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한 남성에 의해 미국에서 제기된 1심 소송에서 패한 바이엘이 항소심에서도 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항소법원은 미국 학교 운동장 관리인 드웨인 존슨 씨가 옛 몬산토(현 바이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제초제 사용과 암 발생 연관성을 인정하고 바이엘에 2천40만달러(245억8천만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바이엘은 2018년 미국 몬산토를 인수하면서 몬산토의 제초제 '라운드업'을 둘러싼 각종 소송 책임까지 떠안았다.
재판부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라운드업의 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인체에 해롭지 않고 암 발생 경고 문구를 붙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점을 알고 있지만 "이 법정에서는 그런 의견이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 측이 "글리포세이트가 자신의 암을 발생시켰다는 것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배상액은 원심에서 결정된 7천850만달러보다 대폭 감액했다.
암 발생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1천20만달러로 계산했고, 여기에 배상적 손해배상액을 더해 배상금을 2천40만달러로 산정했다.
이와 관련해 소송 당사자 양측은 모두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에 상고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앞서 원고인 존슨 씨는 라운드업을 사용하다가 암의 일종인 비(非)호지킨 림프종에 걸렸다며 2016년 몬산토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라운드업이 암 발생을 일으킨다고 주장하며 미국에서 제기된 첫 소송이었다. 이후 미 전역에서 관련 소송이 잇따라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판결로 바이엘이 진행 중인 조정안에 아직 서명하지 않은 원고들과 벌이는 협상에서 불리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엘은 지난달 라운드업 사용으로 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원고 12만5천여명 중 75%를 대리하는 변호인들과 109억 달러(13조1천억원) 규모의 조정안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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