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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일본] 서명보다 도장 고집하는 일본의 '손글씨'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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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일본] 서명보다 도장 고집하는 일본의 '손글씨' 투표
검은 필기구로 이름 기재…연필 권장·지우개 사용 가능
"날인 방식으로 바꾸면 기한 내 투표용지 준비 못 할 수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해 재택근무가 세계 각지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지만, 일본 직장인들은 도장을 찍기 위해 출근한다는 비웃음을 샀다.
일본은 이처럼 도장을 고집하면서도 각종 선거 때는 도장의 일종인 기표 용구로 날인하는 대신 필기구로 후보자의 이름을 쓰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 거래, 계약서, 영수증 등 서명을 인정하면 편리한 곳에는 도장을 고수하면서도 기표 용구를 쓰면 간단할법한 투표장에서는 굳이 자필로 후보자의 이름을 쓰게 하는 것이다.

도쿄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공표한 최근 도쿄 지사 선거 개표 결과를 보면 혐한 시위를 일삼았던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 후보가 17만8천784.293표를 얻은 것으로 나온다.
뒤에 붙은 0.293표가 눈길을 끈다.
기표 도구 대신 필기구를 쓰게 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이번 선거에 성만 다르고 이름이 같은 니시모토 마코토(西本誠)라는 후보도 출마했는데 투표용지에 성을 쓰지 않고 '마코토'라고만 쓴 유권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투표지는 사쿠라이 마코토에게 투표한 것인지, 니시모토 마코토에게 투표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표를 두 후보에게 나눠준 결과 소수점 이하 득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도쿄도 선관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사쿠라이 마코토라고 기재한 표가 3표, 니시모토 마코토라고 쓴 표가 2표 있고 마코토만 적은 표가 1표 나왔다면 이 1표를 3대 2의 비율로 사쿠라이 마코토와 니시모토 마코토에게 나눠 준다"고 분배 방법을 설명했다.
유권자가 후보의 이름을 외우지 않아도 보고 따라 쓸 수 있도록 기표소에는 후보자의 이름이 비치돼 있다.

그런데도 후보의 이름을 실수로 혹은 고의로 잘못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판정도 간단하지는 않다.
예를 들면 사쿠라이 마코토 후보의 성명을 쓰면서 '마코토'의 한자를 '정성 성'(誠) 대신 발음이 같은 '참 진'(眞)으로 쓰는 경우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성명 표기 오류에 관해 "해당 유권자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표 현장에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성은 한자로 쓰면서 이름은 한자 대신 히라가나 혹은 가타카나로 표기하는 정치인이 있는데 이 역시 기명식 투표와 관련이 있다.
이름의 한자가 어려워 유권자가 잘못 쓰는 등 투표 때 불이익이 생길 것을 걱정해 쓰기 쉽게 표기를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일본 총무성의 설명에 따르면 선거 때 기표 용구를 도입하는 것이 금지된 것은 아니다.
지방 선거의 경우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어 기표 용구를 사용하는 투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도쿄도는 기표 용구 투표를 위한 조례를 만들지 않았다.
왜 불편한 방식을 고집하는 것인지 묻자 선관위 관계자는 "후보자가 확정되는 것은 투표일이 2주가량 남았을 때인데 기표 용구를 쓰도록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을 다 넣으려면 투표일에 맞춰서 투표용지를 다 준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반응했다.

이번 도쿄 지사 선거에는 22명이 후보로 등록했지만,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을 인쇄할 필요가 없으니 용지의 크기는 가로 80㎜ 세로 128㎜에 불과했다.
후보자의 이름을 쓰는 도구는 볼펜, 사인펜, 네임펜 등이 검은 필기구가 대부분 인정된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소재와 가장 잘 조화된다며 연필을 추천했다.
이번 선거 때 선관위 측은 유권자를 위해 연필과 지우개를 준비하고 수시로 소독했다.

연필로 지지 후보 이름을 쓰다가 틀리면 지우고 다시 써도 된다.
개표 과정에서 연필로 쓴 후보의 이름을 고치거나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선관위 관계자는 "조작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지만, 부정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관리하고 있고 개표 현장도 주민에게 공개하고 있어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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