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면세품 구매 한도 올리자 '호황'…"가격도 홍콩보다 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정부가 반중 정서가 강한 홍콩 대신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하이난(海南)성에 중국 본토 쇼핑객이 몰려들고 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하이난성 세관 당국의 집계 결과 7월 첫째 주 하이난을 방문한 관광객의 면세품 구매액은 4억5천만 위안(약 774억원)에 달해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
이를 일평균으로 따지면 올해 상반기 일평균보다 58% 급증한 수치이다.
7월 첫째 주 하루 평균 1만여 명의 관광객이 하이난 내 4개 면세점을 방문했으며, 1인당 평균 6천 위안(약 103만원)어치의 면세품을 구매했다. 구매자 대부분은 중국 본토에서 온 관광객이었다.
가장 인기를 끈 것은 화장품으로 전체 면세품 구매액의 51.3%를 차지했으며, 보석(14.1%), 시계(11.9%)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 최남단의 하이난성은 면적 3만5천㎢에 인구 950만 명의 섬으로, 중국 정부는 지난달 하이난성을 중국 최초의 자유무역항으로 만들어 무역, 금융, 물류, 관광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특히 7월부터 하이난 방문 여행객 1명당 연간 면세 쇼핑 한도를 10만 위안(약 1천720만원)으로 확대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 하이난 방문 관광객의 면세 쇼핑 한도는 1인당 3만 위안이었는데, 한도가 세 배 이상으로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면세 물품도 기존 38종에서 45종으로 늘어 휴대전화, 태블릿PC, 술, 차 등이 새로 포함됐다.
이처럼 하이난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것은 반중 시위가 끊이지 않는 홍콩의 기능을 장기적으로 대체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하이난에 자유무역항을 만드는 것은 공산당 중앙이 국내 및 국제 정세를 고려하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 발전을 위해 내린 중요한 전략적 정책 결정"이라고 밝힌 것은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중국 본토 관광객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홍콩 쇼핑업계는 강력한 경쟁 상대를 만나게 된 셈이다.
더구나 하이난의 면세품 가격이 홍콩보다 더 싸다는 분석도 나와 홍콩 쇼핑업계를 긴장하게 했다.
SCMP에 따르면 홍콩 타임스스퀘어 쇼핑몰에서 2천644달러에 판매되는 버버리 숄더백이 하이난의 산야 쇼핑몰에서는 2천470달러에 팔린다.
홍콩에서 1천612달러에 팔리는 아이폰11프로 512G 스마트폰은 하이난에서 1천458달러에 판매된다. 이는 중국 본토의 판매 가격보다 20%가량 싼 가격이다.
중국 정부가 하이난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은 중국 관광객의 막대한 해외 소비를 중국 내수로 전환하자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중국인이 해외에서 소비한 금액은 2천770억 달러(약 333조원)에 달해 미국인과 독일인의 해외 소비액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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