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유명희 WTO 사무총장 되면 일본에 골칫거리 될 수도"
일본 정부, 한국 후보 낙선 목표로 나이지리아 후보 밀 듯
일본 '각료 경험자 중 영어 능통자 없어' 자체 후보 옹립 포기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포함한 8개국의 후보가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경합하게 된 가운데 일본 정부와 언론이 유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작년 7월 일본 측의 한국을 겨냥한 수출규제 조치 발동으로 WTO에서 이 문제를 놓고 양국이 격돌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 본부장이 WTO 수장을 맡을 경우 일본 측에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레 우려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10일 WTO 차기 사무총장 선출에 한국 등 8개국 후보가 나섰지만 "유력한 후보가 없어 혼전이 예상된다"며 유 후보가 당선하면 일본에는 '골칫거리'(厄介)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그 이유로 작년 3월부터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를 이끌어온 유 후보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WTO 제소를 주도한 점을 거론했다.
닛케이는 "만일 유 후보가 사무총장이 되고 WTO에서 한일 분쟁이 본격화하면 '일본에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이번 WTO 사무총장 선출에선 '아프리카 출신'과 '여성'이 키워드로 떠올랐다면서 8명의 후보 가운데는 나이지리아 재무·외무장관과 세계은행 전무 등을 지낸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이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다며 가장 주목할 후보로 꼽았다.
다만 케냐 문화부 장관 출신으로 여성인 아미나 모하메드 전 WTO 총회 의장이 막판에 후보 대열에 합류해 혼전 양상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선거에서 일본 정부가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힘을 합쳐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은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미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수출 규제 문제로 대립하는 한국의 유 후보를 지지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강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겉으로는 한일 간의 현안은 WTO 사무총장 선거 과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각 후보의 인물 됨됨이를 보고 지지 후보를 선택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마이니치는 일본 외무성 관계자가 그런 식으로 말하지만 WTO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대한 일본의 경계감이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익 성향인 산케이신문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각료 경험이 없는 유 후보가 8명의 후보 중 '수수한(두드러지지 않는) 존재'이고 주요국의 이해를 조정하는 능력 면에서도 회의적인 견해가 있다"고 유 후보를 깎아내리는 인물평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또 "한 일본 정부 관계자가 '일본 언론이 한국 후보 중심으로 다루는 것은 다른 후보에게 실례'라고 말했다"면서 일본 정부는 처음부터 유 후보를 안중에 두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은 이번 WTO 사무총장 선거에 일찌감치 자국 후보를 내는 것을 포기했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신문은 주요 각료 경험자 중에 영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뒷얘기를 전했다.
WTO 사무총장 후보들은 오는 15∼17일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 공식 회의에 참석해 비전을 발표하고 회원국의 질문을 받는다.
유 후보의 발언 순서는 후보 접수 순서에 따라 5번째로, 이르면 16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회원국별로 후보 선호도를 조사해 지지도가 낮은 후보부터 탈락 시켜 한 명만 남기는 방식으로 선출 과정이 진행된다.
최종 선출까지는 통상 6개월 걸리지만, 리더십 공백을 줄이기 위해 이 절차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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