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세계유산 갈등' 일본, 어두운 역사 직시해야"<아사히>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아사히신문이 9일 '세계유산대립, 어두운(負) 역사를 응시해야'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왜곡 전시 문제를 비판했다.
산업유산정보센터는 일본 정부가 2015년 7월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 등 메이지(明治) 시대의 산업유산 시설 23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일제 징용 등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을 토대로 지난달 15일 도쿄 신주쿠(新宿)구 소재 총무성 제2청사 별관에 개관한 전시시설이다.
그러나 실제 전시는 메이지 시대 산업화 성과를 자랑하는 내용 위주이고, 징용 피해자 실태 등 당시의 어두웠던 역사를 외면하거나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5년 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에 관한 전시를 놓고 일본과 한국 사이에 마찰이 일고 있다"며 그 원인은 태평양전쟁 당시의 징용공에 관한 설명을 일본 측이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등재 당시 일본 정부 대표가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본인) 의사에 반해 끌려가 혹독한 환경에서 일하게 된 많은 한반도 출신자들이 있었다'면서 전시시설의 설치 등을 통해 '희생자를 기억으로 남기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상기했다.
아사히는 이어 이번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는 그 시설에 해당하지만 하시마에서 한반도 출신자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는 증언 등 일부 전시 내용이 한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문제점을 거론했다.
이 신문은 "당시를 아는 사람들의 증언이 귀중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개개인의 체험 증언을 내세우는 것만으론 역사의 큰 그림을 파악할 수 없게 한다"고 현행 전시 행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출신자의 노무 동원에 폭력이 수반되는 경우가 있었다거나 가혹한 노동을 강요한 것은 당시 (일본) 정부의 공문서 등에서 드러났고, 일본 내 재판에서도 피해 사실이 인정됐다"며 그런 사실도 충분히 설명하면서 당시 일본 국가정책의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마땅히 해야 할 전시 양태라고 꼬집었다.
아사히는 "센터 측은 전문가와의 회의를 거쳐 전시 내용을 결정했다고 하는데, 현 전시 내용은 약속한 취지를 실현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사히는 "어느 나라나 걸어온 길에 빛과 그림자가 있고, 이웃 나라와의 관계도 복잡하기 마련"이라며 "명암(明暗)을 불문하고 역사적 사실에 겸허하게 마주하며 미래를 생각하는 책임이 있는 것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결론적으로 "메이지 이후의 일본은 많은 노력과 희생 위에 눈부신 산업화를 이뤘다"면서 어두웠던 부분을 외면한다면 유산의 빛은 바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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