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감 중인 전 인터폴 총재 '부패생활' 이례적 공개
공산당 최고감찰기구, 멍훙웨이 비리 기록한 책자 발간
전문가 "멍훙웨이 본보기 삼아 공직기강 다잡으려는 의도"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이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멍훙웨이(孟宏偉) 전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총재의 '부패한 생활'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8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최고 감찰 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앙기율위)는 멍훙웨이의 '타락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이 자세하게 기술된 책자를 발간했다.
이 책자는 중앙기율위가 처리한 부패 관련 몇몇 사건들을 기술하고 있는데, 멍훙웨이 관련 부분을 별도의 장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자는 지난해 말부터 고위 및 중간 간부들의 회람용으로 광범위하게 읽히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SCMP가 입수한 책자는 멍훙웨이를 자신의 부하를 '하인'처럼 취급한 '오만하고 사치스러운 인물'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책자는 "멍훙웨이는 욕망과 쾌락에 빠지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추구하기 시작한 이후 부패 사상을 받아들이고, 특권을 위해 권력을 거래했다"면서 "마침내 그는 부패의 '검은 구덩이'에 빠지게 됐다"고 적었다.
책자는 또 멍훙웨이가 해양경찰의 수장과 공안부 부부장 등을 지내면서 부하들을 '하인, 요리사, 베이비시터'처럼 부려 먹기도 했다고 기술했다.
아울러 멍훙웨이는 자신의 부인 그레이스 멍이 남편의 권력을 이용해 몇몇 기업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을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또 책자는 멍훙웨이가 관용 차량 5대를 자신의 가족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 사이 다수의 고위 관리가 부패 혐의로 낙마했음에도 관련자들의 혐의 내용을 자세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멍훙웨이를 '부패의 상징 인물'로 만들어 공직기강을 다잡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부의 알프레드 우 조교수는 멍훙웨이의 비리가 '드문' 사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비리 내용을 자세하게 출판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공직기강을 강화하기 위해 멍훙웨이를 본보기로 삼으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군대와 경찰이 체제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있어 당의 기둥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시 주석은 부패와의 전쟁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군대와 경찰의 전투 태세 능력을 키우기 위해 기율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출신의 첫 인터폴 총재였던 멍훙웨이는 지난 1월 뇌물수수 혐의로 톈진시 제1중급인민법원에서 징역 1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2005∼2017년 공안부 당 위원과 부부장, 해경국장 국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부당한 이득을 챙기고 불법으로 1천446만위안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멍훙웨이는 인터폴 총재로 재직 중이던 2018년 9월 인터폴 본부가 있는 프랑스 리옹의 자택을 떠나 중국으로 출장 간 뒤 연락이 두절됐다. 그해 10월 중국 국가감찰위원회는 그를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멍훙웨이는 2019년 3월 중앙기율위로부터 당적과 공직을 박탈당한 데 이어 같은 해 5월 기소를 거쳐 올해 1월 법원으로부터 선고를 받았다. 그는 비리 혐의를 인정하고 항소하지 않았다.
멍훙웨이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집권 시절 공안 사령탑이었던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의 잔존세력에 대한 물갈이 차원에서 숙청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저우융캉은 후진타오 전 주석의 시절인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정법위 서기를 지낸 인물로, 시 주석의 집권 후 숙청돼 2015년 뇌물수수와 권력 남용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프랑스 정부는 멍훙웨이의 부인과 자녀의 망명을 허가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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