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문가 "규슈 폭우, 지구온난화 빼놓곤 설명 못 해"
규슈지방 19곳서 '24시간 강수량' 관측 사상 최고 기록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남서부 규슈(九州) 지방을 중심으로 열본 열도에 머물면서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붓는 장마전선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구마모토(熊本)현을 비롯한 규슈 각지에서 지난 3일부터 7일 오후 6시까지 24시간 강수량이 일본 기상청이 관측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지점이 19곳이나 됐다.
첫 번째 호우특별경보가 내려진 지난 4일에만 구마모토현 7곳에서 24시간 강수량이 관측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구마(球磨) 강으로 우수가 유입되는 유노마에마치(湯前町)는 489.5㎜, 아사기리초(町)는 463.5㎜、히토요시(人吉)시는 410.5㎜에 달했다.
이 영향으로 구마강의 제방 1곳이 붕괴하고 11곳에서 범람해 총 1천60㏊ 규모의 주변 마을이 물에 잠겼다.
장마전선의 비구름대가 규슈 남쪽에서 북부로 움직이면서 7일에도 후쿠오카(福岡), 사가(佐賀), 오이타(大分) 등 모두 5개 현 지역에서 24시간 강수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후쿠오카현 오무타(大牟田)시에서는 446.5㎜를 기록, 평년 기준으로 이곳에서 7월 한 달 동안 내리는 것(373.5㎜)보다 많은 비가 하늘이 뚫린 것처럼 한꺼번에 쏟아졌다.
헬기 편으로 상공 취재에 나선 아사히신문 기자는 폭우가 덮친 규슈 지역의 강을 따라 흘러간 흙탕물로 바다인 아리아케해(有明海)가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고 전했다.
또 강변을 따라 늘어선 주택은 물에 잠기고 탁류가 무섭게 흐르는 산간 지역에선 철교도 무너져 내렸다고 참혹한 피해 상황을 묘사했다.
일본 기상 전문가들은 규슈 지역에 폭우를 뿌리고 있는 것은 위아래로 가늘고 긴 모양인 선상(線狀) 강수대라고 지적한다.
다시로 세이지 전(前) 시모노세키 지방기상청장은 "규슈에서는 적란운이 잇따라 발생해 바람 불어 가는 쪽으로 선상 강수대가 생기기 쉬운 기상환경이 지난 3일부터 이어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지난 4일 구마모토, 6~7일에는 규슈 북부지역에 많은 비가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방울과 작은 얼음 결정인 빙정(氷晶)을 포함하는 적란운은 적운보다 낮게 뜨는 수직형의 구름으로, 위쪽은 산 모양으로 솟고 아래쪽에 비를 머금는다.
야마구치대학의 야마모토 하루히코 교수(환경방재학)는 장마전선이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규슈 지방의 넓은 지역에 걸쳐 1시간에 60~80㎜ 정도씩의 비를 간헐적으로 뿌리고 있다고 이번 호우의 특징을 분석했다.
나카키타 에이이치 교토대 교수(수문기상학)는 아사히신문에 높은 수온과 기온이 수증기를 늘려 기록적인 폭우의 원인이 되는 점을 들어 "최근 호우는 온난화 영향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며 기존 제방만으로는 소화할 수 없는 호우가 잦아져 개개인의 피난 행동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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