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니오 모리코네는 죽었다"…영화음악 거장이 직접 쓴 부고(종합)
가족과 지인에 각별한 애정 전하며 작별 인사
유언대로 가족 등 40여명만 참석해 조촐히 장례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최근 이탈리아 로마에서 타계한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눈을 감기 전 직접 쓴 '부고'가 7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죽었다"라는 짧지만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모리코네 유족 변호인이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일종의 유언 성격으로 그와 삶을 함께 한 가족과 여러 지인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작별 인사의 내용을 담았다.
모리코네는 "엔니오 모리코네는 죽었다. 항상 내 곁에 있는 혹은 멀리 떨어져 있는 모든 친구에게 이를 알린다"라며 "이런 방식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하고 비공개 장례를 치르려는 단 하나의 이유는, 방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썼다.
모리코네는 이어 누이와 아들·딸, 손자·손녀들을 일일이 거명하며 "내가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내 마리아에게 특별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모리코네는 "나는 당신에게 매일 새로운 사랑을 느꼈다. 이 사랑은 우리를 하나로 묶었다"면서 "이제 이를 단념할 수밖에 없어 정말 미안하다. 당신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작별을 고한다"고 전했다.
모리코네의 장례식은 숨진 당일인 6일 저녁 로마 남서쪽 외곽에 있는 로마 생물의학대학 구내 예배당에서 치러졌다.
애초 예고된 대로 직계 가족과 친지 등 4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화려하지 않으면서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장지는 대학 인근의 라우렌티노 공동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리코네는 며칠 전 낙상으로 대퇴부 골절상을 입어 로마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91세를 일기로 6일 새벽 숨을 거뒀다.
그는 '시네마 천국', '미션', '황야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언터처블' 등에 삽입된 사운드트랙을 작곡하는 등 500편이 넘는 영화음악을 만든 20세기 최고의 음악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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