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순간이동 하는데…" 미 항공업계 방역지침 제각각
"여행객 통해 새로운 감염군 발생 가능"…"연방정부 차원 규정 있어야"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경제 재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항공사와 공항의 방역지침이 제각각 달라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연방정부가 항공업계에 코로나19와 관련해 일관된 방역지침을 내리지 않아 코로나19 확산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고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경제 재개 후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환자가 다시 폭증하는 가운데, 항공기 이용률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관련 방역 규정 제정과 시행을 대부분 항공업계에 일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지니아 공대의 전염병학자이자 공중보건 전문가 리사 리는 "9·11 테러 이후 어떤 공항에서는 (액체인)샴푸를 통째로 기내 반입할 수 있게 하고 다른 공항에서는 아주 소량만 허용했다면 어땠을까?"라면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게 어려운 일인데 규정이 혼란스럽고 불분명한 경우 이는 정말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통안전청(TSA)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하루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 사람은 지난 4월 중순 9만명 아래로 떨어진 이후 최근 서서히 증가 추세다.
WP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여러 장소에서 위험을 초래하지만 특히 하늘길을 통한 여행이 주의의 대상이다"라며 "감염된 사람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새로운 감염군의 씨를 뿌릴 수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파키스탄발 홍콩행 여객기 승객 2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같은 사실은 홍콩 당국이 승객들의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한 덕에 드러났다.
뉴질랜드가 24일간 보유하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제로' 기록은 영국에서 날아온 2명의 코로나19 감염자로 인해 깨졌다. 하늘길을 통한 코로나19 전파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세계 각국에 코로나19에 대한 공동대응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차원의 지침 부재로 조종사와 승무원 등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혼란은 가중된다고 WP는 지적했다.
항공업계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연방항공국(FAA) 등을 상대로 더욱 강화되고 공격적인 지침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안면 가리개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과 청소에 대한 규정, 감염자 추적 등을 강화해야한다는 것이다.
최근 항공업계는 자발적으로 승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연방정부 차원의 지침이 내려지지 않는 한 제대로 지켜지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최근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에서는 대다수의 승객이 검색대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나 정작 비행기 탑승구 앞에서는 대부분 이를 벗은 모습이 포착됐다.
하원 교통·인프라 위원회의 피터 드파지오(민주당) 의원은 "이 행정부는 모래 속에 머리를 처박고는 '그건 우리 책임이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라며 "이는 옳지도 않고 책임있는 모습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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