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2분기 실적] ②코로나 비켜간 K반도체…"홀로 날았다"
언택트 수요 증가, 2분기 삼성·SK 반도체 실적 개선 뚜렷
3분기는 수요 둔화·가격 하락 예상…실적 개선 '모바일'이 관건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2분기 국내 반도체 부문의 실적은 상당히 선전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언택트(비대면) 시장 확산으로 PC와 서버 등의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업들의 경영실적도 당초 예상보다 호조를 보인 것이다.
3분기 반도체 시장의 전망은 재고 증가에 따른 일시적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이 예상되지만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난 모바일 등의 선전으로 "크게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코로나 '언택트'의 힘…2분기 반도체만 호실적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모바일(스마트폰)과 TV 판매가 급감하면서 전자업계가 타격을 입은 가운데 반도체 시장은 나홀로 선전했다.
스마트폰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화상회의, 게임 등 언택트(비대면) 수요 증가로 서버·PC 업체들의 반도체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코로나로 인한 공장 중단 우려로 서버 업체 등이 사전에 반도체 재고 축적에 나선 것도 원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서버 업체들의 데이터센터 서버용 메모리 주문량은 전 분기 대비 9%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마존의 경우 2분기 ODM(제조자 개발생산) 서버용 메모리 주문금액이 1분기보다 15% 증가했다고 트렌드포스는 분석했다.
실제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수출도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코로나 여파로 4, 5월 한국 기업의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작년보다 7.1% 늘었다.
관세청이 집계한 이달 1∼20일 수출액도 반도체 부문은 작년 대비 2.6% 증가했다.
이 때문에 종합 전자회사인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감소할 전망이지만 반도체 부문의 매출은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2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의 매출이 약 19조1천억원, 영업이익은 5조4천억원으로 작년 동기(매출 16조1천억원, 영업이익 3조4천억원) 대비 각각 18.6%, 58.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반도체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실적이 악화했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으나 코로나로 인해 모바일 수요가 감소한 것 치고는 주목할 만한 성장이다.
DB금융투자도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을 18조6천억원, 영업이익은 5조1천억원으로 전망해 작년 동기는 물론, 올해 1분기 실적(매출 약 17조6천억원, 영업이익 4조원)보다도 개선될 것으로 봤다.
반도체 전문 회사인 SK하이닉스도 큰 폭의 실적개선이 예고돼 있다.
IB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액은 약 8조2천억원, 영업이익 1조9천억원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작년 2분기(638억원)보다는 3배 가까이 많고, 올해 1분기(800억원)보다는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이다.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은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강세를 보인 영향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DDR4 8Gb(기가비트) D램 고정거래가격이 3.31달러로 4월 말보다 0.61% 오르는 등 5개월 연속 상승했다. 고정거래가격은 기업 간 계약 표준가격이다.
현대차증권은 "서버와 PC용 D램 고정가격이 전 분기 대비 각각 20%, 14% 이상 오르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 개선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 3분기, 서버 재고 증가·가격 하락' 우려…모바일에 달렸다
그러나 반도체도 3분기는 시장이 정체 또는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연초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미리 확보해두려는 서버 업체들의 선매수가 몰린 탓에 3분기에는 재고 증가에 따른 수요 감소와 메모리 가격 하락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D램 고정가격의 선행지표로 볼 수 있는 현물가격 하락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D램(DDR4 8Gb 기준) 현물가격은 2.804달러를 기록해 4월 3일 3.637달러를 찍은 이후 두 달 반 넘게 하락중이다.
전고점에 비해서는 23% 가까이 떨어진 것이고, 지난달 말 기준 고정가격(3.31달러)에도 훨씬 못 미친다.
현물가격 하락세는 재고가 넉넉한 PC·서버업체들이 일시적으로 매수를 줄인 영향이 큰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대부분 고정거래가격으로 반도체를 공급하지만 D램 고정가격과 현물가격은 중장기적으로 수렴해온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다. 현물가격 하락 추이가 계속된다면 결국 고정거래 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증권은 3분기와 4분기 서버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6∼7%, 낸드 가격은 2∼5%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실적 개선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3분기에는 서버 대신 코로나 사태로 부진했던 스마트폰 등 모바일 부문의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가격 급락을 막아줄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온다.
PC 등 언택트 품목과 더불어 모바일 판매 증가가 3분기 실적 개선의 관건인 셈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은 "하반기 들어 서버 수요 감소에 따른 D램 가격 하락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모바일과 PC 판매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D램 가격 급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KB증권은 "6월 들어 북미, 유럽의 유통채널이 영업을 재개하며 스마트폰, PC와 TV 등의 세트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D램 유통 재고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며 6월 이후에는 D램 현물가격 하락세도 차츰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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