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힌드라 발 빼는 쌍용차, 평택공장엔 불안감 가득
(평택=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대주주 마힌드라가 신규투자를 거부하며 10여년 만에 다시 기로에 선 쌍용차. 평택공장에는 미래를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짙었다. 서로 사기를 북돋고 일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지만 인사말은 '괜찮겠죠?'였다.
쌍용차[003620]는 25일 평택공장을 언론에 공개하고 직원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산업은행이 "쌍용차 노사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지하고 솔직하게 고민하길 바란다"며 '생즉사 사즉생' 자세를 요구한 지 1주일여 만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많은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충분치 않다"며 쓴소리를 하면서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제시했다. 쌍용차는 이에 대응해 회사를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카드로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행사는 약 2시간에 걸쳐서 코란도와 티볼리 생산공장을 둘러본 뒤 간담회를 하는 순서로 이뤄졌다.
회사가 백척간두에 놓인 상황과는 달리 직원들은 평소처럼 업무에 분주했다. 의장라인에서는 100여명의 인력이 아직 조립되지 않은 차체를 오르내렸고 마무리 공정에서는 라이트를 켜서 이곳저곳 꼼꼼히 비춰봤다. 가끔 서로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이 털어놓은 속내는 달랐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상춘 쌍용차 공장협의회 회장은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한 번만 더 도와주면 회사를 일으켜서 후대에 자랑스러운 회사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후반기부터는 신차가 나오는데 그 사이 고용 불안, 생계난, 가정파탄 등의 어려움을 더 겪으면 직원들이 견디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쌍용차는 강경노조라거나 고액연봉을 받으며 호의호식한다는 인식이 오해라고 강조했다.
김상춘 회장은 "코란도 등으로 사랑을 받아 연간 14만∼16만 대를 팔 당시엔 연봉이 높았지만 12만∼13만대를 판매하는 지금은 그 정도가 안된다"고 주장했다.
곽용섭 쌍용차 홍보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감이 줄어서 1주에 1∼2일을 쉬고 주말 특근을 안 하니 올해는 급여가 월 100만∼140만원 줄었다"며 "생활고로 쿠팡 물류센터 등에서 '투잡'을 뛰는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 직원의 평균 연령은 43.8세이고 근속 연차는 22∼23년이다. 작년 1인당 평균임금은 8천600만원이다.
곽용섭 팀장은 지금처럼 주간 연속 2교대를 하면 적정 인력이 약 4천900명으로 현재 인력 수준과 비슷하며 특별히 잉여인력이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직원들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김상춘 회장은 "이번에 넘어지면 못 일어난다는 걱정이 크다"며 "복지 중단과 임금 삭감도 받아들였는데 또 그래야 한다면 '죽을 맛'이라고들 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현장 감독자들은 23일 '작지만 강한 쌍용차' 재도약을 위해 경영 정상화를 함께 힘을 합쳐 이뤄내자는 취지의 결의문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한편으론 마힌드라가 대주주로서 책임을 놓지 않을 것이란 기대와 신규 투자자를 유치할 것이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쌍용차는 13분기 연속 적자로 완전자본잠식에 가까운 상태다. 지난해 신차 흥행 실패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경영난이 심해졌다.
마힌드라가 4월 신차개발 등을 위한 2천억원 신규투자 계획을 철회한 뒤로 상황은 급격히 악화했다. 쌍용차는 일단 비핵심자산을 매각하며 버티고 있지만 자금수혈이 없으면 지속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쌍용차는 코로나19 전부터 어려운 기업으로 분류되며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략적 투자자로 중국 지리차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망이 아주 밝지는 않다. 쌍용차가 특화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가 친환경차로 급격히 전환하는 흐름에서는 뒤처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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