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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제주항공 갈등 어디까지…'3월 셧다운' 놓고도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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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제주항공 갈등 어디까지…'3월 셧다운' 놓고도 공방
이스타 "제주항공이 셧다운 요구"…제주는 "조업료 연체 탓"
고용유지지원금 미신청 놓고도 공방…인수 무산 가능성에 무게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제주항공[089590]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이 체불 임금 문제에 막혀 '올스톱'된 가운데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을 놓고도 입장이 엇갈리는 등 책임 공방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거래 종결 시한(29일)을 앞두고 양측의 협의가 진전을 이루기는커녕 오히려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어 업계 안팎에서는 인수 작업이 무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 셧다운 이유? "제주항공 지시" vs "조업료·유류비 장기 연체"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측은 지난 3월 말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운항을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 제주항공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셧다운으로 발생한 4∼6월 임금 미지급에 대한 책임이 제주항공에도 있다는 논리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국내선이라도 일부 노선을 살려 놨으면 매출이 조금이라도 생겼고, 직원들의 급여도 지급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당시 제주항공 측이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해야 정부의 기업결합심사에서 유리할 것이라며 셧다운을 종용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는 지난 4월23일 이스타항공이 자체적으로 회생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기업결합 제한 규정의 적용 예외를 인정해 제주항공의 인수를 승인했다. 통상 기업결합심사는 120일까지 가능하지만, 공정위는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해 심사에 속도를 내 6주 만에 결론을 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작년 12월부터 조업비, 항공 유류비 등을 장기 연체해 조업사와 정유사 모두 3월 말부터 조업 중단과 급유 중지를 통보했다"며 "이에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운항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상황을 이스타항공으로부터 들었고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은 있지만, 셧다운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제주항공의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스타항공이 연체한 조업료는 대략 50억원에 달한다. 당시 연체금 때문에 조업사의 경영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조업사가 이스타항공 비행기 8대 바퀴를 결박하겠다고 통보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운항 재개를 하려면 우선 조업사와 정유사 등에 밀린 연체금 100억원 이상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 걸로 안다"고 전했다.

◇ 고용유지지원금 미신청에도 입장차
일각에서는 이스타항공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려고 했으나 제주항공의 의견에 따라 이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애초 무급 휴직이 아닌 급여의 일정액을 지급해야 하는 휴업을 진행한 것도 제주항공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게 이스타항공 측의 주장이다.

이에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제주항공이 방해한 적이 없다"며 "신청을 못 한 이유는 직원들에게 선지급할 자금이 없어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월급의 70%를 선지급한 뒤 관련 서류를 고용센터에 제출하면 한 달 뒤에 지원금을 회사에 지급해주지만, 이스타항공은 이미 2월부터 임금 일부를 체불할 정도로 자금이 부족했던 만큼 그럴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체불 임금 250억원 해소에서 시작된 양측의 입장차가 체불 임금에 대한 책임 공방으로 이어지며 인수 작업은 '올스톱'됐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매각 예정 대금 중 대주주 이스타홀딩스의 몫인 410억원 중 전환사채(CB) 등을 제외한 110억원가량을 받지 않겠다는 안을 제주항공에 제안했지만, 제주항공 측은 이에 대해 묵묵부답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110억원 중에서 세금 70억원과 각종 비용 등을 계산하면 사실상 대주주가 손에 쥐는 돈은 없다"며 "대주주가 적자가 되는 것을 감안하고도 이를 포기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전날 근로자 대표단과 조종사노조가 참석한 간담회에서 이같은 상황을 설명하며 "인수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내일 임시주총 흐지부지될 듯…거래 종결 시한 해석도 엇갈려
이런 가운데 이스타항공이 신규 이사·감사 선임을 위해 소집한 임시 주주총회(26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사실상 유야무야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에서는 이미 이스타항공 측에 "거래 종결일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사와 감사 후보 명단을 줄 수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아직 선결 조건 등이 남아있고 거래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주총을 열고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거래 종결 시한에 대한 양측의 해석도 엇갈린다.
앞서 지난 4월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지분 취득 예정일을 4월 29일에서 '미충족된 선행 조건이 모두 충족될 것으로 합리적으로 고려해 당사자들이 상호 합의하는 날'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발행 예정인 100억원 규모의 CB 납입일 역시 기존의 4월 29일에서 6월 30일로 변경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CB의 납입일을 기준으로 6월 29일을 거래 종결 시점으로 봤다.
이에 제주항공은 아직 해외 기업결합심사 등 선행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데다 이스타홀딩스가 이달 30일까지 CB 대금을 납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인수 계약 자체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스타항공 측은 이달을 넘기면 사실상 파산 위기에 처하는 만큼 이달 말을 제주항공의 인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계약이 성사되기는커녕 양측이 서로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를 제기하며 계약 파기와 소송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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