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콜베르 고교, 미 민권운동가 이름으로 개칭 추진…극우 반발
17세기 재상 이름서 미 여성흑인인권운동가 '로자 파크스'로 변경 추진
극우진영 "극좌파의 광풍…파괴적 열망에 오염돼" 맹비난
중도우파 "역사적 배경, 교육계 의견 수렴한 것…극우는 소란 피우지 말라"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소도시의 한 고등학교가 교명을 현재의 '콜베르'에서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로자 파크스'로 바꾸기로 하자 프랑스 극우 진영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프랑스블뢰에 따르면, 동부 그랑데스트 광역지방 의회는 티옹빌에 있는 공립 '콜베르-제르맹' 고교의 이름을 '로자 파크스' 고교로 바꾸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콜베르 고교는 인근 학교인 제르맹 고교와 학교를 병합한 뒤 콜베르-제르맹 고교로 불려왔는데, 새 학교 이름을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인 로자 파크스(1913~2005)로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파크스는 1955년 백인과 유색인종 좌석이 나뉜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은 뒤 체포된 흑인 여성으로, 이후 그는 미국 흑인 민권 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 됐다.
이 학교의 원래 이름인 '콜베르'는 루이 14세의 재상이었던 장밥티스트 콜베르(1619~1683)를 딴 것이었다.
콜베르는 프랑스 절대왕정 시대 중상주의의 전형이 된 '콜베르 주의'의 체계를 마련한 인물이다.
당시 강력한 프랑스 왕국을 건설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한 인물이지만, 식민지 노예들을 규율하는 '코드 누아'(Code Noir)라는 법을 기초한 탓에 그의 동상들은 최근 프랑스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 학교와 합친 제르맹 고교는 프랑스의 여성 수학자 소피 제르맹(1776~1831)의 이름을 땄다.
지방 소도시의 한 고교가 프랑스의 재상과 수학자의 이름에서 미국의 여성 흑인 민권운동가로 이름을 바꾸기로 하자 프랑스 극우 진영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전 '국민전선')의 프랑수아즈 그롤레는 트위터에 "파괴적 열망이 그랑데스트 지방을 오염시키고 있다. 콜베르와 위대한 과학자의 이름을 미국 운동가 이름으로 바꾼다고!"라고 적었다.
RN의 당 대표인 마린 르펜도 트위터에서 "극좌파가 인종차별주의에 근거해 부추기는 광풍에 지역 정계가 계속 휘둘릴 텐가?"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랑데스트 광역의회는 학교 이름이 미국에서 시위를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지난달 25일)이 있기 한참 전에 논의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랑데스트 광역의회의 제1당인 중도우파 공화당(LR) 소속인 발레리 드보르 부의장은 BFM 방송에 출연해 "현재 진행되는 일과 전혀 상관없는 일로 소란을 떠는 것이 극우파답다"면서 "명칭은 해당 학교와 역사적 배경, 교육계의 합의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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