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문가 "北, 북미교섭 교착에 韓역할 없어졌다고 느낀 것"
"北 '미사일 발사·핵 억지력 강화' 원점으로 복귀하려 한다"
오코노기 "美대선서 트럼프 패배하면 북미 합의도 파기 가능성"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한국의 중재 역할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북한이 이른바 '원점 복귀'를 시도한 것이라고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가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이 상황에 따라서는 북미 협상 틀을 전면 재검토하고 2018년 이후 이어진 대화 국면에서 벗어나 미사일 발사와 핵 개발 등 도발을 반복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함께 내놓았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慶應)대 명예교수는 1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미 회담이 파탄 상태에 있는 것"이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의 가장 큰 배경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북한이 북미 회담 형식으로 (협상)하는 것에 관해서 전면적인 재검토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지금 상황을 주도하는 세 사람이 대두한 것이 이번 사태의 출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4월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하고, 박정천 군 총참모장과 리선권 외무상이 정치국 위원과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를 각각 차지했는데 이들 3명이 현재의 강경 노선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전에서 불리한 상황에 부닥친 것이 북한의 판단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오코노기 명예교수는 풀이했다.
그는 "북한은 하노이 회담 후 작년 말까지 기다린다고 했고 이후 반년이 지났다.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일 때 뭔가 기회를 기대한 것 같은데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의심스러운 상황이 전개되면서 그런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본 것"이라고 북한 측의 판단을 분석했다.
오코노기 명예교수는 "한국에는 북미 중개자의 역할이 있었는데 북미 교섭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태에 빠진 이상 북한은 한국의 역할이 없어졌다고 느낀 것"이라며 "연락사무소 파괴는 남측과 대화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의 전략은 이쪽이 선의인지 악의인지 거의 관계가 없다. 선의로 대화하면 북한도 선의로 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한국 정부에 제언했다.
오코노기 명예교수는 북한이 그간 합의를 파기해서 전략적 유연성을 회복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에 따라 2018년 이전의 움직임으로 돌아갈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북한은 2016·2017년의 미사일 발사, 핵 억지력 강화와 같은 방침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으며 1단계로서 남한과의 합의를 파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만약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되면 제2단계로 트럼프 정권과의 합의도 없었던 것으로 파기할 가능성이 있으나 미국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선거 정세를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코노기 명예교수는 앞으로 북한의 도발이 점차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에 새로운 정권이 탄생할 때 어떻게 대응할지가 북한의 관심이라며 "바이든 정권이 탄생하면 다시 한번 압력을 가하면서 전략 무기 실험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오코노기 명예교수는 "핵전력과 통상 전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앙군사위원회의 결론이므로 그런 방침에 따라서 새로운 대미 외교나 대남 정책을 검토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은 바이든이 당선되면 미국의 정책이 오바마 정권 때처럼 '전략적 인내'로 돌아갈 가능성까지 계산에 넣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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