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도시락으로 코로나 이겨내요"…방콕 도심 '한식 푸드뱅크'
한국문화원·한인요식업협회 협력…매일 도시락 80개·라면 90개 금세 동나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대한민국과 태국 사람들이 서로 행복을 나누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15일 오전 11시 50분께. 약간씩 비가 흩날리는 가운데 태국 방콕 시내 수쿰윗 거리 한가운데 있는 주태국 한국문화원 앞 인도에 적지 않은 태국인들이 줄을 서 있다.
주태국 한국문화원(원장 강연경)이 한인 요식업 협회와 함께 준비한 '뚜빤쑥 까올리' 무료 도시락을 기다리는 줄이다.
뚜빤쑥은 태국어로 '행복을 나누는 선반', 까올리는 '한국'이라는 뜻이다.
뚜빤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특히 형편이 어려운 이들의 고통이 커지면서 태국 전역으로 퍼진 이른바 길거리 푸드뱅크다.
주태국 문화원도 형편이 어려운 이들과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내자는 차원에서 지난주 8일부터 문화원 앞에 무료로 도시락을 나눠 주는 뚜빤쑥을 설치했다.
한인타운 내 한 한식업체에서 재룟값 수준의 비용만 받고 당일 한식 도시락 80개를 만들어 문화원에 전달하고 있다. 한국 라면 및 컵라면 90개도 준비된다.
이날 정오가 되자 줄 서 있던 태국인들은 한 사람씩 나서 냉장고에서 도시락과 물 한병씩을 꺼내 갔다.
노숙자로 보이는 한 남성은 도시락과 생수 한 병을 가져간 뒤 줄 뒤로 가서 기다렸다가 다시 도시락 한 개를 더 가져갔다. 누구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근처에서 복권을 파는 중년의 태국 남성도 복권이 가지런히 들어있는 좌판대를 맨 채 도시락과 생수 한 병을 가져갔다.
행사 시작 10여분이 지난 뒤 냉장고 내 도시락과 선반 위 라면이 없어졌다.
문화원 관계자는 지난주에는 행사가 시작된 뒤 5분여 만에 준비한 음식이 동이 났다고 귀띔했다.
냉장고에서 도시락과 생수 한 병을 가지고 돌아가던 한 태국인 남성은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지난주부터 이런 행사가 있다는 걸 알고 이 시간대에 문화원을 찾았다"면서 "음식도 맛있어서 너무 좋다. 이 근처에 올 일이 있으면 앞으로도 들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역시 한식 도시락을 꺼낸 수타(37)씨도 "근처를 지나다 우연히 도시락을 보고 줄을 섰다"면서 "대한민국과 태국사람들이 서로 행복을 나누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내달 3일까지 약 한 달 간 진행될 예정이다.
강연경 한국문화원장은 "뚜빤쑥을 통해 태국인들의 한국과 한식사랑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서로 손잡고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 양국 간 교류가 다시 활발해질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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