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2년] 심상찮은 북한 신경쓰이는 트럼프…경고하며 상황관리
미, 북 남북채널 단절에 "실망" 이례적 대응…대선 노린 대미시위 번질까 촉각
트럼프, 코로나19·경제위기 등 국내 현안 산적 속 북한변수 최소화 주력 전망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2018년 6월12일 열린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외교치적이지만 2년이 지나 북한의 최근 행보를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사는 어느 때보다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재선 승리까지 북한이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는 게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바지만 남북 연락채널을 끊는 강수를 두며 심상찮은 행보를 보이는 북한이 어느 순간 재선가도에 부담이 될만한 대미 압박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부담감 탓이다.
9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북한의 남북 연락채널 단절 조치에 대해 낸 공식 논평에는 현 상황을 바라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미 국무부는 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에서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면서 "북한이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미국이 언제나 남북관계 진전을 지지해왔다면서 한국과의 긴밀한 대북 협력도 강조했다.
미 국무부의 공식 대북 논평에서 '실망했다'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드문 일이다. 미국 역시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는 북한의 행보를 주의 깊게 보고 있으며 비교적 강도 높은 표현을 통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남북관계 진전이 비핵화에 발맞춰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의 원론적 반응 대신 "미국은 언제나 남북관계 진전을 지지해왔다"고 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남북관계의 진전이 북미관계 진전의 바탕이 돼 온 현실을 재확인하면서 남북관계의 악화가 북미관계의 악화를 초래하는 상황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최근 행보는 표면적으로는 남측을 겨냥한 것이기는 하지만 대미 시위로 발전해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이 고강도 무력시위에 나서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 경우 재선가도에 미칠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강력 대응도 마다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가 경제위기와 민심악화라는 대가를 치르며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으로 미 전역에 항의 시위가 번져나간 상황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요소는 아니다.
이렇게 대선을 앞두고 대응해야 할 국내 현안이 산적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사실상 북한을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셈이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약한 상황을 공략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은 올해 새 전략무기 공개와 충격적 실제 행동을 언급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핵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을 거론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와중에 '레드라인'을 넘는 것은 북한에도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두 자릿수 격차로 지지율이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지만 2016년 대선에서 보듯 여론조사가 실제 대선 결과로도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5개월도 남지 않는 대선까지 북한의 대미압박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면서 미 대선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직·간접적 경고를 이어가는 식이다.
북한에 코로나19 지원을 제안한 것처럼 일정한 범위 내에서 대북 유화조치에 나서며 상황 관리를 도모할 수도 있지만 북한이 크게 관심을 보일 가능성은 작아 교착이 장기화하고 있는 북미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북미는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을 하고 새로운 북미관계와 항구적 평화정착, 완전한 비핵화 등에 합의했으나 이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구체적 진전을 보지는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말 김 위원장과의 전격적 판문점 회동으로 실무협상 재개의 결실을 거두긴 했으나 10월 초에야 열린 실무협상마저 입장차 재확인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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