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 30년전 LA폭동 때도 같은 자리…변함없는 강경파
LA폭동 때 부시에 군투입 조언…이번엔 이념 잣대 들이대
'트럼프 충성파' 불리며 독립성 논란 속 사퇴요구 받기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우연의 일치인가'
미국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과 닮은꼴이라는 말까지 회자하는 가운데 LA폭동 당시 법무장관이 이번에도 같은 자리를 맡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당사자는 윌리엄 바(70) 법무장관.
그는 조지 H. W. 부시 행정부 시절로 40대 초반이던 1991년 11월부터 1년 남짓 77대 법무장관을 맡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인 2019년 2월 85대 법무장관으로 또다시 취임했다.
두 차례나 법무부 수장에 오른 것도 독특하지만 재임 기간 경찰의 흑인 가혹행위로 인한 시위가 벌어지고 대규모 폭력사태로 확산하는 일을 겪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바 장관은 법 집행을 책임진 부처 수장으로서 두 사태 모두 강경론으로 대응하고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바 장관은 2001년 한 행사에서 자신이 1992년 LA 폭동 때 당시 부시 대통령에게 연방군 소집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LA의 경찰력을 돕기 위해 연방 군대를 배치할 방법을 부시 대통령에게 조언하면서 2천명의 비(非)군사 연방군을 배치하거나 육군을 기동하는 2가지 방법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바 장관에게 최후의 수단으로 군을 사용하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폭동 사흘째 행정명령을 통해 폭동진압법을 발동했고, 이틀 후 주방위군과 함께 해병대와 육군을 배치했다.
바 장관은 이번에도 강경한 모습이다. 또 초기부터 강경 대응론으로 일관한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는 분위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파시스트 운동인) 안티파와 급진좌파 집단이 폭력을 주도하고 있다"며 연방군 투입 엄포를 한 지난달 30일, 바 장관도 성명을 내고 엄단 방침을 밝혔다.
당시 바 장관은 "폭력은 '안티파'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무정부주의 집단과 좌파 극단주의 집단이 계획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판박이' 용어까지 사용했다.
LA폭동 때 시위 주동자를 갱단이라고 비난했던 바 장관이 이번에는 '안티파', '급진좌파' 운운하며 이념적 잣대까지 들이댔다.
바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이 폭력행위를 선동하고 가담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까지 말하며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 뒤편 교회를 도보로 방문할 수 있도록 지시한 인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당시 두 건물 사이 공원에서 평화집회를 하던 시위대는 당국의 물리력 동원에 강제 해산됐다.
바 장관은 이날 시위대 해산과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방문에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해산 지시는 백악관 경호 차원에서 경계 구역을 넓히라고 한 것으로, 지시를 내린 시점에는 대통령이 이 교회를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
바 장관은 2016년 미 대선 때 트럼프 선거캠프가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의혹인 '러시아 게이트'를 비롯해 위기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엄호한 '충성파'로 불린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 측근관련 사건에서 형량을 낮추거나 공소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려 야당과 전직 법무부 관료들로부터 사퇴 요구에 직면하는 등 독립성과 중립성을 둘러싼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CNN은 LA폭동 후 거의 30년의 사회적 변화가 있었지만 인종차별주의에서 촉발된 시위를 향한 바 장관의 접근법은 변하지 않았다며 "폭력의 종료에 초점을 맞추면서 광범위한 법집행 개혁을 옹호하는 평화의 메시지는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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