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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삼성…'반도체 1위 구상'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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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삼성…'반도체 1위 구상'은 어디로?
이재용 구속시 '반도체 2030 비전' 계획대로 추진 어려울 듯
대국민 사과 때 밝힌 '뉴삼성' 변신도 차질 예상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검찰이 4일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전격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의 미래가 다시 깊은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게 됐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2017년 2월 구속됐다가 1년 뒤 항소심에서 집행 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지 2년 4개월 만에 다시 그룹 총수가 구속 위기에 처하면서 국내 최대 그룹 삼성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그룹의 도약을 위해 준비해 온 단기 계획은 물론 중장기 투자 프로젝트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17년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1년 동안 삼성그룹은 리더십 부재 속에 대규모 투자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은 현장을 직접 누비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는 등 어느 때보다 활발한 경영 활동을 전개하던 중이었다. 8일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이런 경영 행보는 한동안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이 부회장은 석방된 지 1년여가 경과했던 지난해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반도체 2030 비전'을 선포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만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도 1위 자리에 오르겠다는 포부를 공개한 것이다.
후속 과정으로 최근에는 평택캠퍼스에 EUV 파운드리 라인 신설에 10조원, 낸드플래시 라인 증설에 8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러한 결정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중 무역 분쟁 등의 글로벌 위기로 불확실성이 가중된 가운데서도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말라"는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삼성의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초격차' 전략도 흔들릴 위험에 처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실패했을 때 혹독한 책임이 따르는 이러한 중대한 결정은 '오너'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삼성이 주력으로 삼는 반도체·스마트폰 등에서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삼성의 현재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이 10년 내 1위 자리에 오르겠다고 밝힌 비메모리 분야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은 현재 삼성은 1위보다 한참 못 미치는 2위 자리에 있다.
1위는 대만의 TSMC로,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50%대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한편 삼성전자는 10% 후반대 점유율에 불과하다.
삼성이 최근 평택에 파운드리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1위 싸움에 불을 붙인 상황이었는데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대만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TSMC는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에 2029년까지 120억달러(약 15조원)를 투자해 5nm 공정 파운드리 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하는 등 삼성과의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연일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시장 한계성과 글로벌 시장 규모 측면에서도 비모메리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 증대로 속이 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후발 주자들의 선전으로 메모리 반도체 부분에서의 삼성 지위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낸드 시장 점유율에서 작년 기준 36%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점유율은 2018년 대비 2%포인트 하락했고, 최근 들어서는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중국 양쯔메모리(YMTC)는 4월 삼성의 6세대 낸드 수준인 128단 낸드를 개발하는 데 성공해 이르면 올 연말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삼성과의 격차를 불과 1년 수준으로 좁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과 협력을 논의한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 발표 이후 선언한 '뉴삼성' 역시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중단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며 무노조 경영도 철폐하겠다고 선언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히 도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때 밝힌 '대국민 약속'을 지키기 위해 1년 가까이 철탑 농성을 보인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와 합의도 끌어내는 등 노사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행보가 비단 이 부회장이 기소, 구속 등을 면해 사법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해도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할 만한 것들이었다"며 "이번에 또 구속된다면 최근 삼성의 변화된 노력도 빛이 바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s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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