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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시위 31주년…외부정보 통제 강화 속 베이징 침묵(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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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시위 31주년…외부정보 통제 강화 속 베이징 침묵(종합)
캐리 람 전날 베이징 방문…미국·대만, 중국에 사과 촉구
차이잉원 대만총통 "중국은 1년이 364일, 하루 사라져" 비판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윤구 김진방 특파원 =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놓고 미중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에서는 4일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31주년을 맞아 엄중한 통제 속에 침묵만 흘렀다.
4일 오전 톈안먼 광장은 한적한 가운데 외신 기자의 출입이 여전히 금지됐으며 중국인 관람객들도 소지품과 신체검사를 꼼꼼히 하는 등 경비가 강화된 모습이었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통제를 강화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올해 톈안먼 시위 31주년을 맞은 톈안먼 광장은 더욱더 썰렁해졌다.
홍콩 매체 명보에 따르면 톈안먼 시위 당시 동조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이유로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공산당 총서기 묘소에 대한 출입도 최근 통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을 대대적으로 차단하는 등 외부 정보 통제에도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는 여전히 톈안먼 민주화운동을 뜻하는 '6·4'의 검색이 차단돼 있다.
수천 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톈안먼 시위는 중국에서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금기로 간주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 관영 매체에서도 톈안먼 시위 31주년과 관련된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대신 홍콩보안법 통과가 중국의 국가 주권 수호를 위한 것이라는 당위성을 강조하는 보도만 연일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톈안먼 시위 31주년 바로 전날인 3일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해 홍콩·마카오 사무를 총괄하는 한정(韓正)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을 만나 홍콩보안법 지지를 천명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내부의 이런 분위기와 달리 중국 밖에서는 '톈안먼 유혈 진압'에 대한 중국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대만 당국은 3일 성명에서 "1989년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중국에 촉구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톈안먼 시위에 침묵하는 중국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차이 총통은 "지구상 어떤 지역도 1분은 60초지만, 중국은 매년 364일만 있고, 하루를 잊어버린다"면서 "대만도 과거에는 달력에 넣을 수 없는 많은 날이 있었지만, 우리는 하나하나 이날들을 되찾아 왔다"고 톈안먼 사건을 외면하는 중국의 행태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더 이상 역사를 은폐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미래를 함께 모색할 수 있다"면서 "이 세상 모든 장소와 모든 영토에 다시는 날짜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고, 홍콩을 축복한다"고 덧붙였다.
차이 총통의 글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자 민족주의 성향의 중국 매체 환구시보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은 차이 총통을 강력히 비판했다.
후 총편집인은 차이 총통의 글을 캡처해 트위터 계정에 "1989년(톈안먼 시위 발생 연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대만의 두 배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23배에 달한다"면서 "당신은 이런 변화에 대해 당혹과 절망을 느끼는가?"라고 게시했다.
후 총편집인은 톈안먼 사건을 강경 진압한 결정이 중국의 경제 발전을 이루는 데 공헌했다는 중국 당국의 입장과 일치한다.


홍콩 재야단체는 매년 개최되는 톈안먼 시위 추모 집회를 4일 강행할 예정이지만 홍콩 경찰은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불허해 양측간 충돌이 예상된다.
톈안먼 사태를 '1980년대 말의 정치 풍파'라고 칭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1980년대 말 발생한 정치 풍파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이미 분명한 결론을 내렸다"며 "신중국 성립 70여 년 만에 이룬 위대한 성취는 우리가 선택한 발전 경로가 완전히 옳았음을 충분히 증명한다"고 밝혔다.
한편, 홍콩보안법으로 미중이 갈등을 겪는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왕단 등 톈안먼 시위 주역들을 면담했고, 미국 국무부는 중국 당국의 유혈 진압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는 등 대중국 압박 강도를 높였다.
president21@yna.co.kr ykim@yna.co.kr chin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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