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자 도움으로 원시행성 원반 가진 갈색왜성 찾아
약 332광년 "이웃"서 확인 실패한 별의 행성 형성 관측 기회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갈색 왜성은 별이라고 하기에는 작고, 행성치고는 큰 준(準)항성형 천체로 "실패한"(failed) 별로도 불린다. 별과 행성의 중간 고리인 셈인데, 별처럼 먼지와 가스의 중력붕괴로 만들어진 뒤 남은 먼지와 가스로 주변에 원시행성 원반을 형성한다
그러나 별만큼 밝지 않고 질량도 적어 이런 원반을 가진 젊은 갈색 왜성을 가까이서 찾아내기는 쉽지 않은데 시민과학자의 도움으로 자세한 관측이 가능한 거리에서 이를 찾아내 관심을 받고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따르면 이 대학 카블리 천체물리학우주연구소의 스티븐 실버버그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100 파섹(1pc=3.26광년) 내에서 가장 젊은 갈색왜성을 찾아냈다고 2일 밝혔다.
'W1200-7845'로 명명된 이 갈색왜성은 형성된 지 약 370만년된 것으로 주변에 행성을 형성할 수 있는 원시행성 원반을 갖고 있다. 지구에서는 약 102 파섹(332광년) 떨어진 곳에 있지만 우주 단위에서는 "이웃"에 포함된다고 한다.
이 정도 거리는 앞으로 배치될 차세대 고성능 망원경을 통해 원시행성 원반의 상태나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행성에 관해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시민참여 프로젝트인 '원반 탐정'(Disk Detective)의 도움을 받아 W1200-7845의 존재를 확인했다.
원반 탐정은 시민과학자 포털인 '주니버스'(Zooniverse)를 플랫폼으로 삼고있으며, 시민과학자들이 NASA 광역적외선탐사선(WISE)이 포착한 천체 사진을 보고 원시행성 원반을 가진 별인지, 비슷하게 생긴 은하인지를 가려내는 역할을 한다. 여러 명의 의견이 수렴되는 과정에서 집단지성이 발휘돼 합리적 결론에 도달하는 구조로 짜여있다.
W1200-7845는 지난 2016년에 원반을 가진 갈색왜성으로 처음 분류됐으며 이후 연구팀이 칠레 라스 캄파나스천문대의 구경 6.5m 마젤란 망원경으로 추가 관측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W1200-7845가 실제로 원반을 갖고있으며 약 30개의 별과 함께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 그룹은 앞선 연구에서 약 370만년 된 별들이 모여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은 66개의 대형 파라볼라안테나가 연결돼 하나의 망원경처럼 작동하는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집합체'(ALMA) 등을 이용하면 W1200-7845 원반의 질량과 반경 등을 확인해 현재 행성이 만들어지고 있는지와 어떤 행성이 형성될 것인지 등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으로 진행 중인 미국천문학회(AAS) 회의에서 이번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한편 연구팀은 원반 탐정을 금주부터 개편해 공간 분해능이 더 뛰어난 하와이 할레아칼라 천문대의 전천탐사 광학 망원경인 '판-스타스'(Pan-STARRS)가 포착한 이미지도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이전에는 원반을 가진 항성을 찾는데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로는 행성을 만들 정도로 먼지와 가스 원반이 충분히 오래됐지만 행성을 만들지 않는 이른바 "피터팬" 원반을 찾아내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피터팬 원반은 지난 2016년 원반 탐정을 통해 처음 확인되고 이후 2천만년 이상됐지만 행성을 만들지 않는 7개의 원반을 더 발견됐지만 어떤 조건에서 행성이 형성되는지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발견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실버버그 박사는 "행성이 이전에 추정되던 것보다 더 늦게 형성된다면 이 행성이 나중에 별을 돌 때 젊은 별을 돌 때보다 항성 표면의 거대한 폭발(solar flare)에 더 적게 노출되고 이는 행성의 생명체 발견 기대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