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3대 항공사 월급 보조금 받고도 직원들 퇴직 유도
경기부양법 9월30일까지 직원 해고·임금 삭감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 3대 항공사들이 정부로부터 직원들 월급을 보조받고도 수만명의 직원들에게 자발적 휴직이나 조기 퇴사를 유도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 3월 마련한 2조2천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은 코로나19로 어려운 기업들에 직원 월급을 지원하는 대신 오는 9월30일까지 어떠한 해고나 임금 삭감도 금지하고 있다.
2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메리칸항공과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은 이미 10만명가량의 직원이 일시 혹은 영구 휴직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가파른 여행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항공사들은 설명했다.
항공사들은 직원 훈련에 큰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조종사들의 경우 갑자기 업무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일정 숫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관리와 지원 부문 직원들은 대폭 줄여나가고 있다.
이들 항공사는 예약 취소가 줄어들고 여객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항공기 운항률이 코로나19 이전의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사들은 자발적 퇴사자들에 대한 지원방안도 동시에 마련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전날 장기근속자들 퇴직 지원안과 자발적 휴직자들을 위한 세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자발적 휴직자는 4~20주간 휴무수당과 12개월간의 의료비 지원, 항공권 이용 우대 등의 적용을 받으며, 장기근속 퇴직자는 최대 26주간 고용 계약이 해지되는 대신 10만달러 이상의 의료비를 지원받는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외부 환경이 얼마나 엄중한지 강조하지 않겠다"면서 "자발적 퇴직은 일자리를 가장 필요로 하는 다른 동료들을 보호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델타항공의 이번 자발적 퇴직 방안은 오는 8월 1일 자로 시행된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스콧 커비 CEO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퇴사를 유도하기 위해 노조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사들은 오는 10월 1일에도 경영상황이 좋아지지 않으면 비자발적인 퇴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아메리칸항공은 지난 27일 관리와 지원 담당 직원들의 30%가량이 퇴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유나이티드항공의 감원 계획과 비슷한 규모다.
엘리스 에버바인 아메리칸항공 인사 담당 수석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더 작은 항공사로 변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메리칸항공과 델타항공은 또 조종사 노조와도 자발적 퇴직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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