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코로나19 걸린 수단 외교관 위해 의료진 긴급 파견
양국 지도자 비밀 접촉에 역할했던 외교관, 결국 숨져…양국 관계개선 분위기 반영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아프리카 수단의 한 외교관을 위해 비행기로 의료진을 파견했지만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고 채널13,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고위 외교관들과 의료진, 의료장비 등을 태운 비행기 1대가 26일 수단 수도 하르툼에 도착했다.
이 비행기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수단의 여성 외교관 나즈와 가다헬담을 이스라엘에 치료차 데려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비행기가 하르툼에 착륙했을 때 가다헬담은 이미 위독한 상태였으며 그 후 24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녀는 숨졌다.
가다헬담은 며칠 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다헬담은 수단 지도자인 압델 파타 알부르한 주권위원회 위원장의 측근으로 최근 수단과 이스라엘 정부의 비밀접촉에서 중요한 외교관이었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4일 내각회의에서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종료를 기념하는 명절(이드 알피트르) 연휴를 앞두고 알부르한 위원장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때 네타냐후 총리는 알부르한 위원장으로부터 가다헬담이 코로나19에 걸린 사실을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정부의 의료진 파견은 수단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네타냐후 총리는 올해 2월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알부르한 위원장과 비공개로 만났다.
당시 이스라엘 언론은 두 지도자가 양국 외교관계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지만 수단 과도정부는 이에 관한 약속도 없었다며 신중한 태도를 드러냈다.
같은 달 이스라엘 비행기가 처음으로 수단 상공을 비행했다.
아랍권 국제기구 아랍연맹(AL) 회원국이자 이슬람 국가인 수단은 수십년간 이스라엘과 적대적 관계였다.
그러나 최근 양국관계는 해빙 국면을 맞았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분쟁 등으로 껄끄러웠던 아랍국가들과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경제 회복을 노리는 수단도 미국 정부가 지정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미 국가인 이스라엘의 도움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수단에서는 30년 철권통치자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이 작년 4월 반정부 시위와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뒤 과도정부가 들어섰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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