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일상 지켜준 빠른배송 '흔들'…"작업환경 개선해야"
"물량 폭주속 열악한 작업환경 문제…속도 강조 행태 되돌아봐야"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김보경 기자 = 쿠팡 물류센터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배송 시스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날 밤에 주문해도 다음 날 새벽에 상품이 배달될 정도로 신속한 배송 시스템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다른 나라와는 달리 사재기 없이 침착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 큰 원동력이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속도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배송 시스템과 열악한 작업 환경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물류센터 문제가 발생한 쿠팡과 마켓컬리는 로켓배송, 샛별배송 등으로 불리는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성장한 곳들이다.
쿠팡은 '오늘 밤 12시까지 주문해도 내일 배송'을 내건 '로켓배송'과 역시 자정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로켓프레시'를, 마켓컬리는 밤 11시 전 주문하면 아침 7시 전에 배송하는 '샛별 배송'으로 현재의 위치에 올랐다.
특히 새벽배송 시장은 시장이나 슈퍼가 인근에 없거나 장 볼 시간이 없었던 소비자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으며 성장했고 이후 많은 유통업체가 비슷한 서비스를 속속 내놓았다.
또 쿠팡에서는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기 시작한 1월 28일 로켓배송 출고량이 역대 최고치인 330만건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19 사태 이후 물량이 폭주했다.
그러나 그만큼 물류센터나 배송 현장에서는 짧아진 상품 준비 시간과 배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 작업 속도와 양이 무리한 수준에 이르렀고 안전 관리 감독도 소홀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쿠팡의 한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했다는 A씨는 이날 연합뉴스 통화에서 "쿠팡의 출·퇴근 프로그램인 '쿠펀치'에서 일용직 근무를 신청해 3월 한 달간 일했다"면서 "코로나19로 주문 물량이 급증했던 시기라 관리자들이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라고 전했다.
A씨는 "포장할 물량도 많고, 숨도 쉬기 힘들어 마스크를 내리고 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관리자 지적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 "물량에 따라 그때그때 인력을 뽑기 때문에 작업복도 돌려 입는 경우가 태반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쇼핑이 확산하며 물량이 폭주하자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대거 채용하면서 인력 관리나 방역수칙 교육이 쉽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쿠팡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오픈마켓 중심이 아니라 직접 물건을 사서 창고에 넣었다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전국 물류센터 168개에서 하루 만에 배송을 해주는 로켓배송이 가능하다.
쿠팡은 하루 배송 건을 제한하는 다른 업체와는 달리 단기 인력을 수시로 고용해 주문량을 맞추는 쪽을 택했고 이는 결국 부실한 인력 관리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한 온라인쇼핑몰 관계자는 "이번 일이 전적으로 새벽배송이나 로켓배송 때문은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새벽배송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사실상 현재 새벽배송은 노동력을 '갈아 넣어야' 돌아가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온라인쇼핑몰 관계자 역시 "효율과 속도를 강조하는 쿠팡의 작업장 환경은 이미 예전부터 업계에서 유명했다"면서 "언젠가 터질 일이 터졌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빠른 배송 속도에 쿠팡과 마켓컬리를 즐겨 이용했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근무자들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탓하기보다는 업체 측에 이번 사태로 드러난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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