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 30세 남성과 가출한 14세 딸 죽인 아버지 논란
명예 살인, 조혼 악습 논란 분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에서 30세 남성과 결혼하겠다면서 가출한 14세 딸을 살해한 아버지의 범행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고 현지 언론들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북부 길란주의 37세 아버지는 이달 21일 집에서 잠을 자는 딸을 흉기로 살해하고 경찰에 자수했다.
이 아버지는 경찰에서 자신의 딸이 같은 동네에 사는 30세 남성과 결혼하려 했고 이를 반대하자 가출했다고 진술했다.
딸은 아버지의 신고로 경찰에 잡혀 가출 닷새 만에 집으로 돌아왔으나 아버지에게 살해되고 말았다.
이 사건을 두고 이란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딸이 부모의 소유가 아니고, 이른바 '명예살인'을 당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니라면서 아버지를 비판하는 쪽으로 여론이 기우는 분위기다.
이슬람 율법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시각에서는 아버지는 미성년 자녀의 보호자로서 자녀가 성범죄 등을 당하면 불명예를 씻는다는 이유로 숨지게 하거나 자녀의 소유물을 빼앗아도 된다고 본다.
보호자인 아버지가 자녀에 대해 이같은 행위를 하면 이슬람 율법의 기본 원칙인 '인과응보'(키사스)를 적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명예살인 역시 처벌 대상으로 삼는 이슬람 국가가 대부분이다.
이란 형법에 따르면 존속 살해 혐의의 피고인에게는 징역 3∼10년의 징역형이 선고되는데 이는 다른 고의 살인죄보다 형량이 매우 낮다.
형법 전문 변호사 페이만 하즈 마무드는 IRNA통신에 "이슬람 율법을 원리적으로 적용한다면 명예 살인은 죄가 아니지만 예언자 무함마드 시절과 달리 요즘엔 이런 행위가 많아져 엄격히 다뤄야 한다"라며 "가족이라도 법절차 없이 개인이 다른 이를 임의로 처벌할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미성년자를 결혼 대상으로 삼아 동반 가출한 상대 남성에 대한 비난도 나왔다.
이란에서는 성인 남성과 미성년 여성의 조혼을 법적으로 금지하지만 지방에서는 여전히 이뤄진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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